몸은 챙기고, 정신은 방치하는가
우리는 몸을 참 열심히 돌본다.
헬스장에 등록하고, 단백질을 계산하고,
비타민을 챙긴다.
건강검진 일정은 꼼꼼히 달력에 표시해 둔다.
탄 고기가 암을 유발한다는 기사를 보면 그릴 온도를 낮추고, 튀긴 음식이 혈관을 막는다고 하면 기름을 멀리한다. 단 음식은 줄이려 애쓰고,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가 건강을 해친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 한편이 불편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정신에 대해서는 그만큼 예민하지 않다.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면서도, 마음이 흐려지면 그냥 버틴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생각이 엉켜도 “요즘 좀 바쁘네”라고 말하며 넘긴다. 육체의 질병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정신의 피로에는 시간을 쓰지 않는다.
19세기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이 모순을 누구보다 예리하게 보았던 사람이다. 그는 도시를 떠나 숲으로 들어가 살았고, 그 경험을 월든에 남겼다.
많은 사람들은 그를 자연주의자로 기억하지만, 사실 그가 실험한 것은 자연이 아니라 ‘정신의 밀도’였다.
그는 최소한의 음식과 최소한의 소유로 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가. 나는 무엇에 시간을 쓰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먹고 있는가.
그가 굶주리려 했던 것은 음식이 아니라 불필요한 욕망이었고, 그가 채우려 했던 것은 창고가 아니라 정신이었다. 우리는 굳이 숲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지만, 그 질문만큼은 가져와야 한다.
우리는 매일 정신에 무엇을 먹이고 있는가.
건강한 식단을 고민하듯, 정신의 식단도 고민해야 한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듯, 좋은 문장을 읽으면 생각이 맑아진다. 깊이 있는 책을 읽고 나면 시야가 넓어지고,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책은 즉각적인 쾌락을 주지 않는다. 대신 생각하게 한다. 멈추게 한다. 문장을 되씹게 한다. 그 느린 과정이 바로 정신의 운동이다.
우리는 몸을 해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알고 있다. 탄 고기는 발암물질을 만들고, 튀긴 음식은 트랜스지방을 남기며, 단 음식은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는 편리하지만 장기적으로 건강을 무너뜨린다. 그래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줄이려 한다.
그러나 정신을 해치는 것 또한 무한하다. 자극적인 뉴스, 분노를 부추기는 콘텐츠, 끝없는 비교를 유도하는 SNS, 과장된 성공담과 즉각적인 쾌락을 약속하는 영상들. 이런 것들은 정신의 패스트푸드와 같다. 강렬하고 중독적이지만 영양은 없다. 잠깐은 배가 부른 듯하지만, 곧 더 큰 허기를 남긴다.
특히 휴대폰은 조심해야 한다. 휴대폰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무의식적인 사용이다. 생각 없이 켜고, 목적 없이 넘기고, 멈추지 못하는 그 시간 동안 우리의 정신은 무엇을 흡수하고 있는가. 휴대폰 속 자극들은 마치 새까맣게 탄 고기와 같다. 겉은 맛있어 보이지만 속은 이미 상해 있다. 우리는 탄 음식은 암을 유발할거라 걱정하며 기피하지만, 정신에는 매일 태운 음식을 먹이고 있다.
정신을 가다듬고 싶다면, 무엇을 더할지보다 먼저 무엇을 끊을지 정해야 한다. 튀김을 줄이듯 자극을 줄이고, 설탕을 끊듯 불필요한 비교를 끊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건강한 재료를 채워 넣어야 한다.
마트에서 신선한 채소를 고르듯 서점에 가보자. 서점은 정신의 마트다. 철학, 역사, 경제, 문학, 과학이라는 다양한 재료가 진열되어 있다. 어떤 재료를 고르느냐에 따라 우리의 사고는 달라진다.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의 인생과 사유가 압축된 결과물이다. 우리는 단백질 보충제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면서도, 정신의 보충제에는 인색하다. 이제 그 일부를 돌려야 한다. 몸을 위한 노력의 일부를 정신에 할당해야 한다.
직장에서의 승리는 체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판단력과 집중력, 감정조절력과 장기적 시야다. 이것들은 모두 정신의 근력이다. 정신이 맑은 사람은 회의에서 다르게 말하고, 위기에서 다르게 결정하며, 갈등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 자극에 즉각 반응하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한다. 그 한 번의 생각이 결국 차이를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정신을 위한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아침 20분의 독서, 하루 30분의 휴대폰 없는 시간, 한 달에 한 권의 깊이 있는 책, 주기적인 자기 성찰의 기록. 거창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지속이다. 몸을 단련하듯 정신도 반복 속에서 단단해진다.
소로는 숲에서 자신을 실험했다. 우리는 도시에서 실험할 수 있다. 출근 전의 짧은 시간, 점심시간의 조용한 순간, 퇴근 후의 30분. 그 시간을 정신에 할당해 보자.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선명해진다. 그리고 그 선명함이 곧 경쟁력이 된다.
정신은 사용하지 않으면 녹슨다. 생각하지 않으면 굳어버린다. 읽지 않으면 얕아진다.
우리는 닳아서 사라질 것인가, 녹슬어서 사라질 것인가.
몸만 단련한 채 정신이 흐릿해진다면, 회사에서의 승리는 오래가지 않는다.
몸을 위한 노력의 일부를 정신에 할당하자.
건강한 음식을 고르듯 건강한 생각을 고르고, 마트에 가듯 서점에 가자.
오늘 당신은 무엇을 먹고 있는가.
몸의 음식인가, 아니면 정신의 음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