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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 크래프터 Oct 14. 2021

대파 손질에 설레는 하루

두부, 버섯, 감자, 육수 팩에 맛있는 된장까지. 모처럼 재료를 제대로 준비해서 된장찌개를 끓여 먹으려 한다. 육수를 내고 된장을 푼 다음 각종 재료를 넣는 중에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다. 바로 파와 고추가 없다는 것을.


우리 집 근처에는 대형 마트가 없어서 주로 오아시스 마켓을 통해 식재료를 구한다. 직접 눈으로 보며 장보는 것이 아니다 보니 머릿속에 잘 떠오르지 않는 재료는 잊기도 한다. 보통 매주 우유, 두부, 식빵, 양상추 등 자주 먹는 것들을 주문하는데, 파, 고추 등은 이 장보는 주기와 조금 다르다. 요리를 자주 하지 않으니 한 번 파를 들이면 소모되는데 보통 3주 정도가 걸리기 때문이다.


중요한 시점에 대파나 고추가 없으면 당황스럽다. 가뜩이나 요리실력도 부족한데, 기본재료가 없다니. 하지만 대파를 사려고 다른 기본재료들의 주문 주기(1주)를 바꾸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대파를 사기 위해 나가거나 하는 것도 번거로운데...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냉동실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3주 주기로 파와 고추가 들어오면 손질을 하느라 분주하다. 대파와 청양고추는 냉장 보관하면 한 주 정도는 가지만, 그 이후로는 신선함이 사라진다. 게다가 맞벌이인 우리 부부가 평일에 퇴근하고 모든 재료를 손질하고 제대로 요리를 하기엔 빠듯하다. 그래서 기본 재료들은 한 번에 많이 손질해두고 냉동실에 넣은 다음 필요할 때 꺼내 쓴다.


파는 라면, 된장찌개, 김치찌개, 곰국, 각종 볶음요리, 파 기름 등 거의 대부분의 음식에 들어간다. 백종원 선생님도 한국 요리는 파가 많이 들어가야 맛있다고 하셨다. 청양고추는 감칠맛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하다. 아내가 매운 것을 좋아해서 대부분의 요리에 청양고추를 넣는데, 이 매콤한 맛을 몰랐던 나도 이제 푹 빠져버렸다.

파와 고추 손질에 어슷썰기, 쫑썰기 이런 고급 기술 없다. 그냥 우직하게 원형 썰기를 시전 한다. 손질이 끝나면 소분 통에 담는다.(타파웨어 이 친구, 크기와 모양이 다양해서 각종 재료부터 음식까지 소분하기 참 편하다.) 파는 통에 담은 다음 뚜껑을 덮고 살짝 흔들어준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부분과 초록 부분을 골고루 꺼내 쓸 수 있어서 편리하다.


물론 신선한 재료로 그때그때 손질해서 요리하면 좋다. 하지만 아직 요리에 서툰  고려해서 본 재료를 대량으로 손질해두 차츰 요리에 익숙해지려고 한다. 그렇게 조금 더 요리 실력이 늘면, 그때부터는 신선재료로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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