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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Aug 06. 2020

아프리카의 포도밭, 남아공

와.알.못을 위한 와인상식 #18 남아프리카공화국

와인에 갓 입문한 사람들은 남아공에서 와인을 만든다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어요. 저도 처음에는 남아공에서도 와인을 만드는구나 하고 신기했었으니까 말이에요. 하지만 생각보다 훌륭한 와인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생산된다는 사실을 알면 한 번쯤 꼭 맛보고 싶어질 거랍니다.




남아공의 와인 역사는 165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 유럽의 해상무역을 독점했다던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가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곳을 해상무역의 경유지로 삼으면서 케이프타운(Cape Town)을 건설했어요. 당시 토착 민족들을 몰아내고 선원들의 휴식처로 삼았다고 합니다. 이후 1655년에 포도나무를 심은 것으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350여 년이 넘는 와인 역사를 자랑할 수 있으니, 생각보다 오래되었죠? 19세기 초에 케이프타운의 소유권이 영국으로 넘어가면서 남아공 와인이 영국으로 다량 수출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곳도 역시 필록세라의 피해를 피해 갈 수 없어서 19세기 말에 거의 황폐화되었다가 1970년대에 와서야 과학적인 양조기법을 통해 다시 노하우를 만들어왔다고 하네요.


남아프리카공화국 와인 생산지   [이미지 출처 : https://winefolly.com]


남아공은 전통적으로 화이트 와인과 더불어 스위트 와인이 많이 생산되었던 곳입니다. 1700년대 중반에 슈냉 블랑 위주로 만든 디저트 와인이 유럽 내에서 유명해졌습니다. 특히 케이프타운 내에 클레인 콘스탄시아(Klein Constantia)에서 생산되는 스위트 와인 뱅 드 콘스탄스(Vin de Constance)가 유명했다고 해요. 나폴레옹이 유배 생활 중에 가장 좋아했던 와인으로도 알려져 있고, 찰스 디킨스나 제인 오스틴 같은 문호들도 작품을 통해 남아공의 스위트 와인을 칭찬했다고 하니 와인의 품질을 의심할 필요가 없겠네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따뜻한 기후와 고대 화강암 토양(6백만 년 전에 생성)이 만난 결과로 강건한 레드 와인과 향이 강렬한 화이트 와인이 생산되는 독특한 산지에요. 남아공의 와인 산지는 오렌지강 하류와 케이프 북부 더글러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웨스턴 케이프에 생산지가 몰려 있습니다.


해안 지역의 무더운 기후는 카베르네 소비뇽, 피노타주, 시라 등 강건한 레드 와인 생산에 최적의 조건입니다. 또한 서늘한 기후가 나타나는 곳도 있는데 이곳에서는 과즙이 풍부한 샤르도네와 세미용을 재배합니다. 스텔렌보쉬(Stellenbosch), 스와트랜드(Swartland)에서 최상급의 와인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해요.


브리드 강 계곡과 올리판츠 강 계곡은 저가 와인 생산지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슈냉 블랑 등 청포도가 많이 재배되는데 보통 브랜디 생산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케이프 남부 해안은 아주 작은 지역이지만 서늘한 기후 덕분에 품질이 아주 좋은 피노 누아, 샤르도네, 스파클링 와인이 생산되고 있어요.



남아공 하면 이곳에서만 유일하게 재배되는 품종 '피노타주'(Pinotage)를 빼놓을 수가 없죠. 피노 누아와 생소라는 품종을 교배해 개량된 품종인데요. 생소(Cinsault)를 남아공에서는 에르미타주(Hermitage)라고 불렀기 때문에 피노와 타주를 합쳐 '피노타주'가 되었다고 해요. 피노타주는 처음에는 강건한 맛을 내다가 숙성되면서 점점 피노 누아처럼 섬세한 풍미를 띠게 변화한다고 한다고 하니, 그 독특한 개성을 한 번 맛보는 것도 좋겠네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와인은 신대륙(신세계)과 구대륙(구세계)의 풍미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곤 합니다. 웨스턴 케이프의 고대 화강암 토양으로부터 오는 미네랄 향과 풍부한 일조량으로부터 생성되는 진한 과일 풍미는 남아공 와인만의 매력이라고 해요. 특히 카베르네 소비뇽, 슈냉 블랑, 시라의 품질이 높이 평가받고 있어요.




남아공의 상큼한 슈냉 블랑은 세계 최상위 품질을 매우 저렴하게 내놓는다고 해요. 드라이한 스타일은 상쾌하고 새콤해서 소비뇽 블랑을 대체할 만큼 산뜻하다고 합니다. 얼마 전 저 역시 남아공 슈냉 블랑을 맛보았는데, 정말 드리아하면서 상큼한 게 이전에 시도했던 화이트와는 전혀 다른 세계더라구요. 그리고 남아공의 고급 슈냉 블랑으로 오크통에서 오래 숙성해서 설탕에 절인 달콤한 사과 향과 부드러운 크림 맛이 나는 진한 슈냉 블랑이 있다고 해요. 매년 슈냉 블랑 대회를 열어 최고의 와인을 꼽는다고 하니, 다음번에는 진한 슈냉 블랑의 고급진 맛을 한 번 느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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