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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Oct 06. 2020

지치지 않는 힘

2020년 3분기 돌아보기

벌써 10월이다.

2020년 올해 4분의 3이 훌쩍 지나갔다.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다. 나이와 주름살은 내가 붙잡는다고 붙잡아지지 않는다. 나는 올해를 내가 계획한 대로, 내가 생각한 대로 잘 이끌어가고 있는 걸까?

원래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계획을 매번 수정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 6월이 올해 들어 가장 이곳저곳 구멍이 많이 생긴 달이다. 구축해오던 나만의 시스템과 나의 감정이 온전히 무너진 달이었다. 그리고 재정비한 7월. 기적의 한 달을 넘기고 그렇게 3분기를 보냈다. 결과부터 보자면, 1~3분기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결과를 내었다. 사람들마다 원하는 삶의 목표도 성과물도 방향도 모두 다를 테니 비교할 순 없겠지만, 나는 오로지 '좋은 인생을 만들기 위해 좋은 하루를 모으는 것'만이 올해의 목표였다. 그 기준으로 좋은 날을 많이 만들었다면, 성공적이었던 셈이다.


하루를 얼마나 만족스럽게 보냈는지를 기록하다 보니, 그래도 4점 (꽤 괜찮은 하루) 긍정 평가가 많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중간 점수 3점을 긍정 평가에 넣지 않는다. 애매하면 누르는 정중앙 값, 가운데 수치는 큰 의미가 없다. 만족도 설문에서도 보통 중앙값의 의미는 긍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1점(빨) : 정말 별로라고 생각되는 하루

2점(주) : 약간 힘든 하루

3점(노) : 그저 그런 보통의 하루

4점(초) : 이 정도면 괜찮은 하루

5점(파) : 뿌듯한 하루



올해 현재 기준으로 68%, 즉 거의 70%에 가깝게 만족스럽고 뿌듯한 나날을 하나하나 모으고 있다는 증거였다.

월별로 보면 7월부터 확연히 좋아진 게 눈에 들어왔다. 6월에 개선점을 7월에 반영하여 기적의 비밀을 쭉 실행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 만족도라는 결과 값만 보면 9월도 7, 8월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실 9월에 점점 무너져가고 있었다. 무미건조했던 6월의 오전 감정을 보며, 오전 감정이 그날 하루 일과의 성패를 쥐고 흔든다는 사실을 발견한 나는 감정을 긍정적으로 이끌고 싶었고, 그러려고 애썼다. 하지만 9월에는 감정을 붙들었던 시스템이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오전 감정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 일이었다. 워낙 올빼미형 야행성 DNA를 가진 나는 이게 가장 힘들지만, 점차 개선해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9월에 다시 수면 환경이 와르르 무너지고야 말았다. 7월, 8월 잘 유지했던 수면 패턴이 왜 망가졌을까?


내가 파악한 이유는 2가지였다.

하나는 '지나친 열정'이었다. 9월에 새로운 일에 꽂혀 완전히 몰입해 버렸다. 그러면서 그동안 스스로 잘 몰랐던 나만의 나쁜 습관이 다시 되살아난 것 같다. 바로 지나친 몰입이다. 나는 하나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한다. 그래서 하던 일에서 손을 떼고 이제 쉬어보려고 시간을 보면, 앉은자리에서 5시간 이상을 보내곤 했던 것이다. 이렇게 잦은 과몰입이 내가 유지했던 에너지를 급격하게 손실시켰고, 그 여파로 더 길게 쉬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수면 장애를 일으켜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다른 하나는 '감정 통제'에 실패했다. 늘 감정 조절을 하는 게 평생의 숙제인데, 너무 잦은 횟수로 폭발해서 내가 유지하는 일상의 시스템에 스멀스멀 기어들어와 이성을 망가트리곤 했다. 통제하지 못한 감정은 다시 수면 환경을 저하시키는 1순위의 요인으로 등극해버렸다.

결국 이 두 요인은 서로 뒤엉켜 누가 우선으로 발생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결국 늦은 취침은 늦은 기상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규칙은 불규칙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얼마 전 <열정은 쓰레기다>라는 책을 읽었다. 몇 년 전에 지인이 읽은 책이라 따라 읽으려고 사두었다가 책장에 묵히고만 있었다. 겨우 꺼내 들었던 이 책 내용이 9월의 내 모습을 통해 다시 떠올랐다. 책에서는 '열정'이라는 단어를 단번에 모든 사람들이 헷갈리지 않을 만큼 명료하게 정의 내리진 못하여 안타깝게도 아직 논란의 여지가 좀 있긴 하지만, 의미적으로 일정 지점에 달성이 가능한 목표를 추구하는 감정을 열정의 개념으로 소개된다. 내가 그 상황에 정확히 빠져있었고, 내가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는 9월을 불살랐던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 쉽게 번아웃되면서, 내가 가진 의지력과 에너지는 근육과도 같기에 단번에 소모시켜 버리면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자각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내가 그동안 일하는 과정에서도 열정에 대한 착각으로 그 부작용을 감지하지 못해 수많은 번아웃을 겪었던 것은 아닐까 되돌아보게 되었다. 체력, 의지력, 에너지는 결국 나의 감정으로 직결되다 보니 이성에 쉽게 직격탄을 날려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10월에는 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가진 에너지를 최대한 잘 분배해서 나만의 시스템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게 하나의 목표다. 3분기를 정리하는 지금의 마음이 남은 4분기를 잘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리라 믿는다. 그동안의 기록이 없었다면 어떤 게 문제인지 잘 모르고 이곳저곳 엉뚱한 곳에서 삽질을 더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실패를 거듭해 가지만, 좋은 날을 쌓아가고 싶은 마음에 꾸준히 기록해 보고 있다.


올해 9개월을 보내며 깨달은 것은, 확실히 '지치지 않는 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과도한 열정보다는 그 열정을 약간 이성적으로 세분화하여 쪼갤 수 있는 힘, 그리고 쪼개어버린 그 목표를 위해 조금씩 실행하는 힘, 내게는 그게 정말 중요한 것이었다. 지지치 않고 지속하기 위한 나만의 전략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생각하느라 뇌에 부담 주지 않기' 전략이다. 즉, 그동안 해온 작은 습관들을 더욱 시스템화해서, 내가 원하는 일, 몰입해야 하는 일에 시간을 더 많이 쓸 수 있도록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번외로, 요일별로 혹시 차이가 있을까 재미로 확인해 보니, 상대적으로 화, 목에 긍정 평가 분포도가 높았다. 목요일은 특히 80%가 긍정적이다. 왜일까? 주로 강의를 월, 수에 잡아서 그런 것일까? 금, 토, 일은 상대적으로 4점 이상의 분포가 적다. 이유는... 아마도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한 탓이겠지? 2020년 연말까지 완전한 기록의 결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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