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연재]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2021년 4월호 - 인생단상 #11
10년 전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며 책임이라는 것의 무게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여느 직장인들이 그러했듯 저 역시 수많은 주말을 반납하며 ‘월화수목금금금’의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회사에서 돈은 주지만 그 돈을 만져볼 시간도, 구경할 시간도, 소소하게 써볼 시간도 넉넉히 갖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일에 대한 책임은 계속 그렇게 저의 발목을 잡아갔습니다. 이직을 하여 두 번째 회사를 다니면서 주말의 특권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쉽게 변하지 않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일하는 실무자들에게 수많은 책임은 주어지지만 실상 그에 합당한 권리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지금은 일도 하고, 집안을 돌보고, 아이도 키우고, 부모님을 부양하기도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나이가 들면 들수록 책임의 무게는 점점 늘어갑니다.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책임감, 가정이 온전히 살아 숨 쉬도록 해야 하는 책임감, 아이가 올바르게 크도록 길러내야 하는 책임감, 자식으로서 해야 하는 책임감이 때로는 목을 조여오듯 옭아매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 이름 석자로서의 권리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서글퍼 눈물이 날 때도 있지요.
저는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늘 그렇게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책임감에 압도되며 여유를 찾고 유지하는 일은 종종 불가능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얼마 전 <일주일은 금요일부터 시작하라>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목적은 딱 하나뿐이었습니다. 내 시간을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마음대로 관리하는 비법을 알아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돈이 많은 부자가 되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부유함의 기준은 각기 다르겠지만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거절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저는 돈이 생기면 시간을 사고 싶었습니다. 여유로운 사람은 돈이 많은 사람 같지만 사실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돈을 많이 벌어도 전전긍긍 온갖 걱정에 시달리며 사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저는 시간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자만이 진짜 마음 부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당장 일확천금을 모을 수 없다면 현재의 상황에서 시간을 잘 활용하는 노하우를 누군가에게 전수받고 싶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 이 책이었습니다. 이미 다른 자기계발서적에 나오는 내용들이 많았지만, 제가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을 시사하는 한 줄을 찾아냈습니다. 책 제목처럼 일주일을 금요일부터 시작한다는 개념이었습니다. 금요일에 일정 계획 및 점검을 하고 진짜 중요한 일들을 월, 화, 수 3일 안에 처리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일주일 중 진짜 일을 위한 기간을 오로지 3일로만 계산하는 전략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안에 빠듯한 일정을 박아놓고 그 안에서 허우적거렸던 제가 보였습니다. 전략을 바꾸었습니다. 똑같이 금요일에 계획을 짜고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몰입해서 주요 일들을 마치는 것이지요.
하지만 실행 후 2주 만에 저는 이 전략이 100% 저에게 맞지는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이 저에게는 휴식의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가사와 양육의 시간으로 뒤덮여 30분조차도 내 시간을 여유롭게 갖기 어려운 주말 동안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월요일이 되면 심신이 무장해제되고, 보상심리가 마구잡이로 솟구쳤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월요일 오전에 마음껏 쉬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한 마디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준 셈이지요. 느긋하게 책을 보기도 하고, 보고 싶었던 영화를 찾아보기도 하고, 아침 산책을 가기도 하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원 없이 빈둥거리며 스스로를 아무렇게나 내버려 둔 것입니다.
그 책에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우유부단한 사람이 내뱉는 상투적인 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행동을 미루며 합리화하지 말고 무엇이든 목표한 바를 지금 시작해보라는 뜻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미루고 실패하는 것이 과연 목표와 결심에 대한 실행뿐일까요? 어쩌면 올지 안 올지 알 수도 없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에너지를 과소비하며 현재의 여유를 자꾸 미래로 지연시키는 것도 포함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반대로 적용해보기로 했습니다. 해야만 하는 일들과 책임감의 늪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의 권리를 바로 실행하는 것이지요. 바로 월요일에 말입니다. 사람마다 라이프 스타일과 패턴이 다르겠지만, 특히 책임감의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나를 위한 보상의 시간’을 언제가 되었든 조금이라도 확보하는 일은 행복한 일주일을 만드는 데 든든한 비타민이 되는 것 같습니다.
본 글은 지역신문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2021년 4월호에 연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