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fe Designeer Dec 04. 2019

내려놓음의 미학, 담백함

독서노트 #14 < 담백하게 산다는 것 >

담백함은 '지나친 기대치를 내려놓을 때 느끼는 기분'이다.


  나에게 있어서 올해 2019년의 Keyword는 "단순하게, 담백하게, 담담하게"였다.

  2018년도의 키워드는 "여유, 온화함, 당당함"이었는데, 작년부터 해마다 키워드를 정해서 최대한 매일 보고 속으로 외치며 그런 모습이 되기를 바랐다. 올해의 키워드는 바로 이 책 <담백하게 산다는 것>의 영향을 받아 적게 된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다지 단순하지도, 담백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담담하려고 부단히 애썼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그만큼 내 마음을, 내 머리를, 내 삶을 내 마음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모양이다.



프랑스의 시인 아르튀르 랭보가 선언했듯이, 상처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그로 인한 흉터와 얼룩이 없는 인생도 없다. 그러므로 또 다른 최선은 인생 자체에 얼룩이 질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앞에서 조금이라도 의연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p12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의 말처럼, 난 올해도 하나의 얼룩을 내 인생에 묻힌 모양이다. 얼룩을 쓱쓱 지워보려 닦아보았지만, 지워지지 않네. 그렇다고 내 인생을 세탁기에 넣고 표백제까지 탈탈 부어 뜨거운 물로 삶아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얼룩들도 나를 성장시키는 녀석들일 텐데. 받아들이는 연습을 통해 조금씩 의연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불행하게도 인간의 삶은 이진법이 아니다. 십진법, 아니 수백 진법이 되기도 한다. 햄릿의 유명한 독백 '죽느냐 사느냐' 사이에 너무나도 많은 갈등이 존재하는 것이다. 죽기에는 삶에 대한 미련이 너무 크고, 살기에는 힘든 일이 너무 많다. 내가 죽고 싶은 것이 정말로 죽고 싶은 것인지도 잘 모른다. 그러기에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은 것'이다. 그러한 복잡한 마음속 계산에서 단순한 이진법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로 '담백함'이다.
- p13

자꾸 생각난다. '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 조성모의 가시나무. 내 안의 수많은 나 때문에 마음이 어지러워 어쩌면 타인에게도 관대하기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담백함'이 우리 인생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도 오해받지 않도록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라.
어떤 경우에나 당신을 오해하고 잘못 이해하는 사람이 한둘은 있기 마련이다."
-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


아무리 좋은 의도로 말하더라도 전달하는 과정에서 분명 의도치 않게 누군가는 오해를 하기도 하고, 상처를 입기도 한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갑자기 <미움받을 용기> 책 내용 중 10명 중 1명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떠오른다.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자책하는 이유도 자신에 대한 기대치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실수해서는 안 된다는 지나친 기대치에 사로잡혀 있는 한, 우리는 그 덫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 그것이 끊임없는 자기 비하와 원망으로 이어지면, 결국 인생 자체가 불행해진다.
- p80

기대치. 나 역시 저자의 말처럼 자책이 심하고, 완벽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완벽하지 못해 생기는 괴리감에 스스로를 원망하는 습관으로 불행을 자처하곤 했다. 알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하는 습관 같은 것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 미래에 대한 걱정 모두 '현실이라는 시간'을 갉아먹는 감정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그에 필요한 일련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신체적 건강을 얻기 위해 운동이라는 노력을 하는 것처럼, 마음의 부정적 정서를 덜어내는 데에도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음은 노력 없이 저절로 치유되리라는 믿음은 틀렸다.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내 마음을 위한 노력들이 모여 삶이 가벼워질 때, 우리는 비로소 불안과 애매모호함을 견디는 힘을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다.
- p88

사람들은 사랑에 상처 받으면 시간이 약이라 하고, 직장에서 대인관계에 상처를 받으면 동료와 술을 퍼 마시고, 교통사고를 당하면 외과적 치료만 보험이 되고 내상과 정신적 치료는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고 운동을 하듯이, 마음이 아프면 역시 병원에 가고 마음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마음에 받은 상처는 저절로 치유되지 않는다. 마음은 타박상인지, 찰과상인지, 골절인지, 염좌인지 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세심히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내 생각이지만, 계절 중에서는 겨울이 가장 담백함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한 해를 돌아보고 다음 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약간의 가라앉음과 통찰력, 약간의 후회와 설렘, 약간의 담백한 기대와 희망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은 겨울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들이 있기에 우리는 약간의 성숙이라도 이루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 p30

지금, 겨울이 딱 시작된 시점이다. 담백함의 시작이랄까.

  저자는 아무래도 담백하지 않았던 인생을 살아봤기 때문에, 담백함의 미학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음식의 짠맛을 알기에 싱거움과 담백함이 어떤 맛인지 안다. 더 이상 아등바등 살지 않고, 인생을 좀 더 가볍고 단순하고 명쾌하고 살고 싶다면, 마음을 좀 더 유연하고 담백하게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담백한 삶을 바라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살아오면서 온갖 실수와 허물에 대해 담담히 웃을 수 있는 용기를 갖기 위해서'이다.



우리 안에 있는 불필요한 감정에 조금이라도 의연해지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은은하고 담백한 맛을 느끼게 될 테니까.




* 책 제목 : 담백하게 산다는 것

* 저자 : 양창순

* 출판사 : 다산북스

* 출판일 : 2018년 10월 17일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