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56 < 우울할 땐 뇌과학 >
나는 우울증에 걸렸을까?
다음 증상 중 다섯 가지 이상을 2주 동안 거의 매일 겪었다면 주요우울장애일 가능성이 있다. 다섯 가지 이하에 해당한다면 경미한 우울을 느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책에서 제시하는 상승나선은 두 경우 모두에 도움이 된다.
- 슬프거나 공허하거나 항상 짜증이 난 상태 등 우울한 기분
- 모든 또는 거의 모든 활동에 흥미나 즐거움 감소
- 상당한 (그리고 의도하지 않은) 체중의 감소 또는 증가, 식욕의 감퇴 또는 상승
- 불면증 또는 수면욕구 증가
- 다른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로 초조해하거나 느려진 행동
- 피로 혹은 기력 상실
-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느낌,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의식
- 생각하거나 집중하거나 결정 내리기가 어려움
-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이 반복됨
- p30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는지 위의 질문을 통해 스스로 어느 정도는 진단할 수 있는 것 같다.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책 중간에 저자가 직접 말하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을 정도라면 심각한 우울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나도 공감하는 바다. 진짜 바닥일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우울한 감정뿐이니까.
세로토닌 - 의지력, 활동 의욕, 기분을 향상시킨다.
노르에피네프린 - 사고와 집중력, 스트레스 대처 능력을 증강한다.
도파민 - 쾌감을 증가시키고 나쁜 습관을 고치는 데 꼭 필요하다.
옥시토신 - 신뢰감, 사랑, 연대감을 증진하고 불안을 떨어뜨린다.
가바 - 긴장을 풀어주고 불안을 감소시킨다.
멜라토닌 - 수면의 질을 높인다.
엔도르핀 - 고통을 완화하고 고양된 감정을 안겨준다.
엔도카나비노이드 - 식욕을 증진하고 평온함과 안녕감을 증가시킨다.
- p35
전문용어이긴 하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설명에 충격을 덜 받기 위해 신경전달물질 소개를 그대로 옮겨보았다. 외울 필요는 없겠지만, 알아두면 좋은 정보인 것 같다.
우울증의 기본 신경 회로
생각하는 뇌
전전두피질은 뇌의 가장 앞부분에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마 바로 뒤에 위치한 뇌의 앞 3분의 1의 표면 전체다. 계획 회로와 의사결정 회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어 뇌의 CEO라 할 수 있다. 충동과 동기를 통제하는 책임도 맡고 있다.
느끼는 뇌
고도로 진화한 전전두피질과 달리 변연계는 뇌의 훨씬 깊은 곳에 위치한 아주 오래된 부분이다. 뇌의 감정 영역으로 흥분과 공포, 불안, 기억, 욕망 등을 관장한다. 변연계는 기본적으로 시상하부, 편도체, 해마, 대상피질로 이루어져 있다. 시상하부는 스트레스를 통제하고, 편도체는 불안과 공포를 비롯해 부정적인 감정을 줄여준다. 해마는 장기기억을 만드는데 해마의 뉴런들은 스트레스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우울증의 '위험경보기' 역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지막으로 대상피질은 집중과 주의를 통제한다. 이는 우울증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습관 때문에 자동적으로 집중하든 의도적인 선택에 따라 집중하든, 무엇에 집중하는지가 기분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선조체와 섬엽
전전두피질과 변연계 외에도 우울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영역이 두 군데 더 있다. 바로 선조체와 섬엽이다. 둘 다 전두-번연계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사실 과학자들은 이 부분들까지 뭉뚱그려 변연계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선조체는 습관, 즐거움, 중독과 관련이 있고, 섬엽은 고통과 연관이 되어 있어 통증, 심장박동 수 상승, 호흡곤란 등 몸에 생긴 문제를 알아차린다.
- p38-49
뇌과학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전두엽과 변연계에 대한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감정과 관련된 부분이 변연계이고 위험과 같이 생명에 직결되는 순간에는 전두엽보다는 변연계의 지시를 따른다는 것, 이성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전전두엽은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을 생각하고 계획하여 실행하게 만드는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과 같은 내용을 말이다. 섬엽은 사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작년 교통사고로 내 모든 감각신경이 예민해져 쉽게 반응하고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행복한 기억을 떠올려라.
행복한 기억은 전방대상피질에서 세로토닌을 증진시킨다. 잠들기 전에 행복한 기억을 한 가지씩 떠올려보라. 일기장에 써도 좋고, 그냥 그 기억을 반추하는 것도 좋다.
- p45
우울감에 빠진 사람은 스스로 자연스럽게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기 어렵다. 그래서 이런 가이드를 통해 의식적인 노력으로 뇌의 호르몬을 분비시켜야 하는 것 같다. 평소에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는 습관을 가지면 왠지 뇌 호르몬 조절만으로도 행복한 하루하루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뇌 회로의 조율 방식을 결정하는 5가지 요인
1. 유전자
2. 생애 초기에 한 경험
3. 현재 삶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수준
4. 살아가면서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지원의 양
5. 운
- p54
누군가는 쉽게 우울증에 허덕이고 또 어떤 누군가는 그다지 우울한 감정을 느끼지 않기도 한다. 그 차이는 단순히 유전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전자와 생애 초기 경험 즉, 부모나 양육 환경에 의해 많은 부분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그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가정환경에 의한 부분도 있지만, 현재 삶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의 정도, 그리고 사회적 지원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운은 정말 의외의 부분이었지만, 사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운은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뇌는 부정적인 일에 더 강렬하게 반응한다.
5달러를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짜증이 5달러를 찾았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크다. 한 친구에게 못생겼다는 말을 들은 충격은 다른 친구가 예쁘다고 말해주는 것 정도로는 상쇄되지 않는다.
...
행복하게 일상을 살아가려면 부정성에 대한 긍정성의 비율이 그만큼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량의 연구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 비율은 3대 1이다. 친구에게 부정적인 평을 하나 들었다면 긍정적인 평을 세 가지는 들어야 하고, 일을 하다가 한 가지 손실을 보았다면 세 번은 이득을 보아야 한다.
- p88
우리의 뇌는 부정적인 일에 더 강렬하게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마케팅에서도 종종 들은 말이지만, 좋았던 경험은 6~7명에게 전달하지만, 안 좋았던 경험은 20여 명에서 퍼뜨린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나도 예전에 갤럭시S7엣지를 쓸 때 한 달도 안돼서 만나는 사람마다 엣지의 과민한 터치로 인한 불편함을 토로하며 절대 사지 말라고 거품을 물었던 것 같다. 부정적인 경험은 우리의 뇌에 너무나 깊이 박히는 모양이다. 이 사실만 인지하고 있어도 우리 삶에 있어서 좋은 일이 부족해서 슬픈 것이 아니라 우리의 뇌 회로가 부정적인 일을 더 잘 기억해서 그런 거라고 위로할 수 있을 것 같다.
뇌는 늘 가던 길만 가고 싶어 한다.
고대 인도에서 전해 내려오는 속담이 있다. "인생의 첫 30년은 사람이 습관을 만들고, 마지막 30년은 습관이 사람을 만든다." ...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은 우리가 거기서 전혀 즐거움을 얻지 못하는데도 실행하는 것이므로 종종 하강나선을 초래한다. ... 습관이 형성되는 이유는 모든 행동이 배측 선조체에서 특정한 패턴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 사실 오래된 습관은 제거되지 않는다. 그저 더 강력한 새 습관을 들이면 예전 습관이 약해지는 것뿐이다. 게다가 습관이 일단 배측 선조체에 자리 잡으면 그때부터는 쾌락에 관심도 두지 않는다. ... 이는 중독이 작동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 배측 선조체는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관심이 없다. 그저 이미 닦아놓은 길을 따라가는 일에만 신경 쓴다. 우리 뇌가 어떤 길을 따라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변화의 가장 중요한 단계다. 안타깝게도 때로 문제는 나쁜 습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 있다.
- p115
이래서 습관이 무섭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뇌는 늘 가고 싶어 하는 길만 가고, 쾌락을 추구하는 편한 길만 가려고 하고, 귀찮고 어려운 길로는 절대 먼저 가지 않으려는 우리의 뇌의 기본 패턴에 대해 이해만 하고 있어도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만약 퇴근 후에 늘 집에 오자마자 다 집어던져 놓고, 소파에 누워 TV를 보다 저녁 시간을 몽땅 허비하는 습관을 들여 그 안락함에 젖어버렸다면, 나중에는 그것이 좋든 싫든 습관대로 행동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처음 길들여진 습관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단지 다른 더 강력한 습관에 의해 이전 습관이 약해지는 것뿐이라고. 첫 습관을 잘못 들이면, 나중에 그것을 고치기 위해 다른 습관으로 덮어버리기 위해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한 과학적인 이유다. 술과 담배에 중독되는 것도 모두 마찬가지 뇌 회로의 작동 방식에 따른 결과물인 것이다.
내가 잠자리에 들 때마다 핸드폰을 놓지 못하는 것 역시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쁜 습관들을 하나 둘 다시 좋은 습관으로 덮기 위해 뇌과학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유용한 것 같다.
한 번 만들어진 물길에 계속 물이 흐르는 것과 같은 우리의 습관, 처음 물길을 어떻게 팔 것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전전두피질은 걱정이 너무 많고, 감정적인 변연계는 별것 아닌 일에도 너무 쉽게 반응한다. 섬엽은 만사를 실제보다 더 나쁘게 느끼도록 하고, 전방대상피질은 부정적인 면에만 집중해 상황을 악화시킨다. 게다가 전전두피질은 배측 선조체와 측좌핵의 나쁜 버릇들까지 억제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우울증을 극복하는 게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이처럼 각각의 회로가 서로를 아래로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 p123
우리의 뇌 회로는 하강나선으로 끌어당기도록 기본적인 설계가 되어 있다는 것만 이해해도 우울한 감정을 떨칠 수 있는 첫걸음인 것 같다. 아마도 우리의 뇌는 위험으로부터 우리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경계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진화되었는데, 제대로 이것을 알지 못하고 활용하지 못하면 부정적인 회오리 안에 스스로를 가두게 되는 꼴인 것이다. 이렇게 뇌는 오늘도 지금 이 순간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상승나선으로 바꿀 수 있을까? (다음 글 우울함에 대한 뇌과학적 원리2(상승나선)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