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59 < 책은 도끼다 >
책이 얼어붙은 내 머리의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책 읽기에 있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읽히는 얇은 책들만 읽게 되니까요. 올해 몇 권 읽었느냐, 자랑하는 책 읽기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일 년에 다섯 권을 읽어도 거기 줄 친 부분이 몇 페이지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줄 친 부분이라는 것은 말씀드렸던, 제게 '울림'을 준 문장입니다. 그 울림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숫자는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보고 잊히는 것과 '몸은 길을 안다' 이 구절 하나 건져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 p34
그런데 말입니다, 왜 모두 창의적이 되어야 하는 거죠? 저는 광고를 해야 하니까 창의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창의성과 관련 없지만 가치 있는 일도 꽤 많잖아요. 그런데 이게 왜 필요하느냐, 왜 다들 굳이 배워야 하느냐? '직업'의 범주를 벗어나 '삶'의 맥락에서 볼 때, 저의 대답은 창의적이 되면 삶이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 p45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난 행복을 선택하겠어' 하면 됩니다. 행복은 운명이 아니니까요. 삶의 대하는 자세가 만들어내는 것이지 어떤 조건이 만들어줄 수는 없는 것이죠.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밤의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는 삶, 그것을 행복하게 대하는 삶의 자세야말로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요? 결국 이렇게 정리할 수도 있겠네요.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다.
행복을 추구하려고 하니까, 어떤 조건을 만족시키려다 보니 결핍이 생기는 겁니다. 하지만 행복은 발견의 대상이에요. 주변에 널려 있는 행복을 발견하면 되는 겁니다.
- p123
예전에 카프카가 한 말을 적어놨는데요.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냐.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감수성이 다 얼어붙어 있을 때 책이 그것을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는 건데, 제 경우로 말하자면 김훈의 책이 나의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된 거죠.
- p129
어느 단체에서 강의를 의뢰하면서 강의 제목을 말해달라고 하길래, '개처럼 살자'라고 보내줬습니다. '개는 밥 먹을 때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잘 때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가 제목에 대한 설명이었어요. 개야말로 지금 순간을 살고 있고, 개처럼 살면 현재를 온전히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제가 정의하는 지중해성 철학입니다. '현재에 집중하자, 순간을 살아라'가 그들 철학의 핵심입니다.
- p191
단 한 권을 읽어도 머릿속의 감수성이 다 깨졌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