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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Jan 18. 2020

나의 감수성은 안녕한가

독서노트 #59 < 책은 도끼다 >

책이 얼어붙은 내 머리의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합니다.


이 책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은 광고계에서 인문학적 사고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저자가 읽은 책들은 그에게 도끼였다고 한다. 자신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도끼 자국들은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고 한다.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그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얼음이 깨진 곳에서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전에는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았던 것들이 느껴진 것이다. 즉 촉수가 예민해진 것이다.



저는 책 읽기에 있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읽히는 얇은 책들만 읽게 되니까요. 올해 몇 권 읽었느냐, 자랑하는 책 읽기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일 년에 다섯 권을 읽어도 거기 줄 친 부분이 몇 페이지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줄 친 부분이라는 것은 말씀드렸던, 제게 '울림'을 준 문장입니다. 그 울림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숫자는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보고 잊히는 것과 '몸은 길을 안다' 이 구절 하나 건져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 p34

박웅현 저자는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항상 한 달에 몇 권, 일 년에 몇 권이라는 기준을 책을 읽는 기준으로 삼곤 한다. 많이 읽어야 하는 강박에 시달리면 자연스럽게 속독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하나하나의 문장을 음미하기보다는 읽어 해치우기에 바쁘다. 그래서 저자는 울림을 주는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촉수를 세우라고 얘기하는 듯싶다.

사람마다 책을 읽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그리고 독서법 역시 다양하다. 나는 독서하는 방법에 있어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많이 읽는 것이 좋고, 누군가에겐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왜 모두 창의적이 되어야 하는 거죠? 저는 광고를 해야 하니까 창의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창의성과 관련 없지만 가치 있는 일도 꽤 많잖아요. 그런데 이게 왜 필요하느냐, 왜 다들 굳이 배워야 하느냐? '직업'의 범주를 벗어나 '삶'의 맥락에서 볼 때, 저의 대답은 창의적이 되면 삶이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 p45

학교를 가든, 회사를 가든 늘 하던 패턴대로 생활하고, 늘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늘 하던 생각만 하는 단조로운 생활을 한다면 그 안에서 창의적인 무언가가 떠오르기는 쉽지 않다. 늘 똑같은 일상 속에 재미를 더하려면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것이다. 거기에서부터 창의의 영역이 개입되는 듯싶다. 저자의 말대로 창의적인 것은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난 행복을 선택하겠어' 하면 됩니다. 행복은 운명이 아니니까요. 삶의 대하는 자세가 만들어내는 것이지 어떤 조건이 만들어줄 수는 없는 것이죠.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밤의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는 삶, 그것을 행복하게 대하는 삶의 자세야말로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요? 결국 이렇게 정리할 수도 있겠네요.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다.

행복을 추구하려고 하니까, 어떤 조건을 만족시키려다 보니 결핍이 생기는 겁니다. 하지만 행복은 발견의 대상이에요. 주변에 널려 있는 행복을 발견하면 되는 겁니다.  

- p123

저자의 말을 떠올리며, 오늘 아침 나는 행복을 선택하기로 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힘들었지만 수고한 어제의 하루에 감사하고,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몸으로 만끽했다. 그리고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차 한잔으로 소소한 여유를 느껴본다. 하지만 이내 해야 하는 일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함으로써 내 주변 사람들이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그렇게 행복을 발견하기로 마음먹어 본다.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니까.



예전에 카프카가 한 말을 적어놨는데요.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냐.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감수성이 다 얼어붙어 있을 때 책이 그것을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는 건데, 제 경우로 말하자면 김훈의 책이 나의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된 거죠.

- p129

책을 통해 울림을 받고 자신의 편견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감을 받는 것, 그것이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는 일인 것이다. 물론 책을 읽다 보면, 고전과 같이 많은 깨달음을 주고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책도 있지만, 생각보다 어떤 감흥을 주지 못하는 그런 책들도 있다. 도끼인 책으로부터 나의 고정관념을 깨려면, 온전히 그 책을 꼭꼭 씹어먹으며 음미해야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책을 이렇게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책의 경우는 독서법이 달라져야 할 것이니까. 다만, 내 상황에 맞게, 책을 읽으려는 목적에 맞게 독서법을 달리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어느 단체에서 강의를 의뢰하면서 강의 제목을 말해달라고 하길래, '개처럼 살자'라고 보내줬습니다. '개는 밥 먹을 때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잘 때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가 제목에 대한 설명이었어요. 개야말로 지금 순간을 살고 있고, 개처럼 살면 현재를 온전히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제가 정의하는 지중해성 철학입니다. '현재에 집중하자, 순간을 살아라'가 그들 철학의 핵심입니다.

- p191

우리말에 있어서 보통 '개'가 들어가는 표현은 생각보다 좋은 의미보다는 비하하는 말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센스 있는 광고인답게 '개처럼 살자'라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뽐냈다. 생각해보니 동물들은 사람과 달리 '밥 먹을 때 밥에 집중하고, 잠잘 때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삶' 즉,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나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근심 걱정 많은 인간이 현재를 즐기는 동물들의 삶을 부러워만 하지 말고, 지중해성 철학처럼 현재에 집중하며 그렇게 살아보기로, 행복을 선택하기로 결정하면 어떨까.


단 한 권을 읽어도 머릿속의 감수성이 다 깨졌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겁니다.




책은 도끼다.

책에서 '울림'을 주는 문장을 찾아 천천히 음미하는 것은 나의 얼어붙은 감수성을 새롭게 깨울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책이 도끼라는 것을 제대로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독자가 몇 가지 갖춰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책 속에서 무언가를 얻으려는 열린 마음이다.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고 마음먹은 사람에게는, 아무리 좋은 책을 쥐어줘도 비판만 할지도 모른다. 그다음 생각하는 힘이다. 평소에 깊이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좋은 글을 접해도 글자 그 자체로만 인지하고 깊은 뜻은 알지 못한 채 지나칠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경험이다. 삶을 통한 직접 경험이든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든,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일수록 시야가 넓어 편협한 사고에 얽매이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

하나의 책을 접했을 때, 도끼인지 아닌지 스스로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며 천천히 음미해 보기를... 그래서 나의 얼어붙어 있을지 모르는 감수성을 깨어보기를...




* 책 제목 : 책은 도끼다

* 저자 : 박웅현

* 출판사 : 북하우스

* 출간일 : 2011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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