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은행나무 가지를 산들산들 흔들었다.
나무는 먼지를 털 듯 잎을 털어내며 바람의 무게를 견뎠다.
펄펄 노오란 눈이 나무 아래로 내렸다.
소복소복 은행잎이 소리 없이 쌓였다.
공원은 한순간에 황금벌판이 되었다.
누렇게 익은 벼는 고개를 숙이며 쌀을 내어주는데,
은행잎아 너는 무엇을 줄 수 있니.
가을 공기 사이로 얼음땡 외치던 친구의 쟁쟁한 음성과
책갈피에 고이 간직했던 가슴 아린 추억과
코끝을 찡그리게 하던 가을의 진짜 냄새를 줄 수 있지.
아.
내 수많은 가을을 품고 있던 너.
나는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은행잎도 누군가에겐 사랑이 된다.
#라라크루#포토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