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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희정 Nov 24. 2023

은행잎도 사랑이 된다

가을바람이 은행나무 가지를 산들산들 흔들었다.

나무는 먼지를 털 듯 잎을 털어내며 바람의 무게를 견뎠다.


펄펄 노오란 눈이 나무 아래로 내렸다.

소복소복 은행잎이 소리 없이 쌓였다.

공원은 한순간에 황금벌판이 되었다.


누렇게 익은 벼는 고개를 숙이며 쌀을 내어주는데,

은행잎아 너는 무엇을 줄 수 있니.     


가을 공기 사이로 얼음땡 외치던 친구의 쟁쟁한 음성과

책갈피에 고이 간직했던 가슴 아린 추억과

코끝을 찡그리게 하던 가을의 진짜 냄새를 줄 수 있지.     


아.

내 수많은 가을을 품고 있던 너.

나는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은행잎도 누군가에겐 사랑이 된다.



#라라크루#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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