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희정 Dec 10. 2023

생각 다시 칠하기

1. 오늘의 문장


고민은 필요한 것이지만 분명한 답도 없고, 답을 얻었다 한들 그 방향대로 일이 잘 돌아가지도 않는다. 만약 잘 돌아가더라도 꼭 좋은 선택이라는 법도 없다. 내가 한 선택이 당장은 맞는 것 같아도 세월이 흘러 잘못된 결과를 낳기도 하고, 잘못된 선택이라 생각했던 것이 나중에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자기 자신을 괴롭힐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인생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 어차피 통제가 안 된다. 자칫 허무주의로 흐를 수 있는 이 사실 앞에 나는 묘하게 위로를 받는다.          


출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하완 지음




2. 문장에서 시작된 내 생각의 확장


여느 때처럼 오늘도 새벽에 일어났다. 화장실을 나와서 딸의 방에 들어왔다. 책상 스탠드 불 하나만 켜서 어둠이 일부만 걷어진 방에 철퍼덕하고 앉았다. 휴대전화로 유튜브를 열고 하루 5분 명상을 검색해 적당해 보이는 영상 하나를 골랐다. 매일 명상하기로 결심하고 시작한 게 지난 9월이었는데 어느덧 4개월 차에 들어섰다. 이제 유튜브에 나와 있는 웬만한 명상이란 명상은 다 챙겨본 것 같다. 오늘도 예전에 틀었던 영상을 또 틀었으니 말이다. 누군가는 무엇이든지 꾸준히 실천하면 몸이 익숙해질 거로 생각하겠지만, 몇 년을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는 게 습관이다.      


특히, 명상이란 행위가 그렇다. 몸은 기계가 돌아가듯 자동 명상 모드를 켜지만 정신은 때때로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오늘 아침 명상도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사이사이 어제 타인과 나눴던 대화가 쑥쑥 올라왔다.      


 ‘그때 그렇게 대답할 걸 그랬어. 왜 아무렇지 않은 척했을까? 이따 별일 아닌 듯 다가가서 어제 일을 다시 꺼내 볼까? 아니야. 이미 지나간 일인데 괜히 일을 만드는 건 아닐까? 혹시 내 말에 그 사람 기분이 상하면 어쩌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좋겠어. 아. 그래도 이대로 넘어가기에는 좀 억울하고 섭섭해. 왜 맨날 나만 참아야 해? 나도 힘들다는 걸 알려야 해. 말을 안 하면 정말 다 괜찮은 줄 아니까. 하. 그래서? 그다음은? 관계만 더 어색해질 게 불 보듯 뻔한걸. 큰일도 아닌데…. 뭐 대수라고. 다 부질없다. 사소한 일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뎅.”          


명상 시간이 종료되었음을 알리는 싱잉볼 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눈을 떴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가질 수 있는 귀한 시간을 ‘고민’으로 채웠다. 오늘 명상은 완전 실패다. 단 5분도 감정을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나는 정말 구제 불능인 걸까. 순간 마음이 무겁게 짓눌렸다. 버거운 감정을 벗어나고 싶었다. 나를 위해 보낸 시간을 의미 없는 순간으로 치부하긴 싫었다. 그런 마음이 들자, 다시 생각해 보려는 마음이 생겼다. 나는 곧 생각을 다시 색칠했다.    

 

오늘 아침 명상 시간에는 내 감정의 푸념을 가만히 들어주었다. 감정은 고민하고 화를 내고 슬퍼했다. 나는 그런 감정을 조용히 안아주었다. 들썩이던 감정이 곧 스르르 가라앉았다. 하루의 시작을 안아주기로 시작하니 참 좋다. 만약 명상의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오늘도 종일 어제의 일로 자신을 괴롭혔으리라. 매일 내 마음을 흔드는 순간이 수시로 찾아오겠지만, 자신을 위로했던 이 시간을 이용해서 또 하루를 넘길 힘을 비축해야겠다.


리프레이밍 Reframing     

프레임 Frame이란 사고방식이나 느끼는 방식의‘틀’을 의미한다. 그래서 ‘틀을 새롭게 함’이란 뜻의 리프레이밍은 틀을 바꾸어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심리학에서 ‘물구나무서기 방법’이라고도 불리는 리프레이밍은 원래 가족치료에서 비롯되었다. 사건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리프레이밍은 사실의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는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도록 도와준다.
 
출처. <마음의 법칙> 폴커 키츠, 마누엘 투쉬 공저/ 김희상 역     




⭕라라크루 [금요문장: 금요일의 문장스터디]_2023.12.8     


⭕참여방법: [오늘의 문장]을 보고 [나의 문장]을 만듭니다. 정해진 방법은 없습니다. 끌리는 단어나 문장이 있다면 나만의 표현으로 만들어보세요.(단, 타인의 문장을 따라서 쓰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그건 피하시기 바랍니다.) 비슷한 주제로 새로운 글을 써보셔도 좋습니다.


#라라크루 #오늘의문장 #글로빛나는글쓰기모임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 사이에 묻혀있던 삶을 꺼내보는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