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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희정 Feb 06. 2024

내 글과 연결된 사람들과의 만남

6기 합평회 후기

토요일의 퇴근길. 마음이 급하다. 3개월간 글로 만난 이들과의 약속에 늦었다. 빨리 가고 싶어 발걸음이 아으 동동다리 춤을 춘다. 오전 내내 함께한 동료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고생하셨습니다.”를 외쳤다. 짧은 한마디가 끝나기도 전에 내 몸은 이미 그들에게 등을 돌렸다. 몸이 보내는 신호는 가장 정직하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건 단지 전철역까지 뛰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런 내 속을 야속한 전철이 알 리 없다. 저쪽에서 전철 문이 닫히는 게 시야에 들어왔다. 몇 걸음만 더 가면 탈 수 있었는데…. 원망의 눈초리에 살기를 느꼈는지 전철은 빛의 속도로 달아나 버렸다.


어쩔 수 없다. 내겐 철도 위를 달리며 떠나는 존재를 다시 끌고 올 수 있는 초인적인 힘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초능력도 없다. 속상한 마음을 매만지며 다음 전철을 기다렸다. 설레발치며 돌아다니던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었다. 잠시 후 반가운 손님 같은 전철이 왔다. 휴대전화로 지하철 앱을 켜고 예상 도착시간을 확인했다. 역에 내려서라도 헤매지 않게 지도도 확인했다. 만남의 장소까지 걸어야 할 방향과 거리를 가늠하며 동선을 그렸다. 예전에 한 번 가본 곳이지만,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내 머리를 완전히 믿을 수 없다. 미리 확인했더니 다행히 한 번에 찾았다. 드디어 도착했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릴세라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더니 이미 한창 진행 중이다. 살금살금 걸어서 맨 끝자리에 앉았다.


하나의 대상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만남.


참 이상하다. 분명 같은 대상을 사모하는데 만남에 경쟁이나 질투는 찾아볼 수 없다. 글쓰기에 푹 빠진 사람들. 공간은 글에 관한 이야기로 끊임없이 채워진다. 반짝이는 눈빛에 내 가슴에도 덩달아 따뜻한 빛이 배어든다. 비판보다는 응원을 마구 날려주고 싶다. 공감이란 마음이 아닌 행동이란 걸 배운다. 한마디 말도 놓치고 싶지 않아 귀를 쫑긋 세운다. 머리를 앞으로 쭉 빼고 온몸으로 경청한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치는 자신을 느낀다. 오늘 처음 본 사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타인에게 깊은 생각을 꺼내서 공유하는 사람을 본다. 진중한 말들이 나비의 날갯짓처럼 내려오다가 장난스러운 농담과 웃음소리에 화들짝 놀라 날아오른다. 웃음기가 채 떠나기 전에 나비는 다시 돌아온다.


글과 글에 대한 말이 시간까지 맛있게 먹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시간은 빠르다. 나는 또 이 순간과 사랑에 빠졌다. 이 맛에 합평회에 안 갈 수가 없다. 이미 몇 번 봐왔던 사람도 오늘 처음 본 사람도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 말할 때마다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고 얼굴 너머로 보이는 글과 조화시켰다.


글과 사람은 닮아있었다.


예상이 맞아 들자 신이 나서 평소에는 하지 않던 동작이 나온다. 친근한 마음에 낯선 사람의 손을 덥석 잡았다.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정말로 감사하다고 말하는 목소리에 행복이 북받쳐 오른다. 다정한 교감은 우리를 특별하게 만든다.


사랑을 고백하고 집에 왔더니 벌써 그들의 미소가 그리워진다. 방황하던 의욕이 돌아왔다. 텅 빈 머리에 문장이 쭈뼛거리며 조금씩 들어온다. 만남의 여운이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사람이 좋다.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 좋다. 글쓰기는 외롭지만, 외롭지 않다. 내 글은 항상 사람과 연결되어 있으니까. 이래서 인생을 살 가치가 있다고 하나 보다. 고된 삶에도 보상처럼 찾아오는 보석 같은 순간이 반드시 있다. 그날 내가 만난 그 시간처럼 말이다. 벌써,  다음 합평회가 기다려진다.



#라이트라이팅 #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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