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하모니

다섯 번째 주마등

by 주마등

여느 날과 다름없이 주말 오전 테니스를 치러 새벽에 차를 끌고 나왔다.


테니스를 시작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어가지만 새벽기상은 늘 어렵다

무거운 몸을 일으키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눈을 뜨는 그 순간의 고요와 적막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톨게이트로 나와 고속도로로 들어왔을 때 비로소 정신이 차려지기 시작한다.


아침부터 가득 차 있는 고속도로는 언제나 의문의 대상이다.

이렇게 부지런히 다들 아침부터

어디서부터 어디로 누구로부터 누구에게로

바삐 달려가고 있는 것인가.


고속도로로 올라탄 지 10분쯤 지났을까,

허기진 속을 우유 하나로 몸을 달래며 3차선으로 운전을 할 때였다


내 오른쪽으로 장의 버스차량이 지나간다.

새벽부터 발인을 하고 장지로 가는 차량일 거라 짐작을 했다.

말하지 않아도 버스는 슬픔을 가득 담고 있었고

훌쩍거리며 비척비척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눈물이 가렸을 텐데 차량의 앞유리는 와이퍼를 켜지도 않고 씩씩하게 간다.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가운데

왼쪽 2차선으로 오픈카 한대가 지나간다. 신나고 경쾌한 음악을 크게 틀고.

차에는 젊은 남녀 두 명이 탔는데 남자는 운전을 하며 연신 옆에 짝꿍을 바라보며 신나는 얼굴이다.

새벽이라 쌀쌀할 텐데도 오픈카로 들어오는 바람과 한기는

그들의 뜨거움 앞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 보였다.


도로는 5차선이었는데,

내 왼쪽에는 삶과 젊음으로 가득 찬 오픈카가 지나고

내 오른쪽으로는 죽음과 슬픔으로 가득한 장의 차량이 지나간다.


내 인생이 삶과 죽음 저 사이 어딘가를 지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삶과 죽음의 한 장면을 고속도로는 화음으로 연주하고 있었다.

맨 밑에는 젊음의 1도

가운데는 테니스를 치러 가는 중년의 3도

그 위에는 인생의 마지막 장소인 장지로 가는 마지막 5도.


고속도로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인생 화음에 나는 순간 정신이 황홀해졌다.


내가 지나온 곳도 내가 가야 할 곳과 함께 동시에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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