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기
바쁜 학기 초를 보내고 있을 무렵, 이상 징후를 느끼기 시작했다. 갑자기 생전에 없던 냄새 울렁증이 시작된 것이다. 음식 냄새를 맡으면 특히, 고기 냄새를 맡으면 유독 울렁거렸다. 처음에는 '속이 안 좋아서 그런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자 임신 테스트기를 주문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임신 테스트기의 결과를 기다렸다. 그 전에도 혹시나 싶은 마음에 임신 테스트기를 자주 사용하곤 했지만 항상 1줄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별로 큰 기대가 없었다. 1분이 지나고 테스트기를 확인했더니.. 오 마이 갓! 2줄이었다. 정확한 2줄이었다. 마침 지방에 계시는 엄마가 일로 인해 우리 집에 머물고 계셔서 다음 날 함께 병원에 가기로 했다.
직장에 조퇴를 내고 떨리는 마음으로 산부인과로 향했다. 엄마와 함께라서 괜히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도착해서 접수를 하고 차례를 기다렸다. 간호사 선생님이 내 이름을 호명하며 진료실로 안내해주셨다. 의사 선생님과 마주한 후, 떨리는 마음으로 질내 초음파로 자궁 상태를 확인했다.
축하합니다. 임신 7주 차입니다.
나는 이 대답을 들으면 기분이 날아갈 것 같고 행복할 줄 알았는데 막상 임신이라고 확정을 받으니 무덤덤했다. 기쁘지 않아서도 아니었고 행복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엄청난 변화를 기대했지만 평상 시와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나는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렸다. 남편은 정말 기뻐하는 눈치였다. 사실 남편은 나의 임신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왜냐하면 결혼 전 갑상선 수술도 했었고, 결혼 후에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진단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늘 남편은 아이를 가질 수 있을지 걱정했다. 남편의 이러한 생각이 나에게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남자 입장으로서는 불안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우리 부부는 내가 진단받은 '다낭성 난소 증후군'으로 1년은 계획해야 임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가뭄에 콩 나듯 시도를 하는 중이었다. 그마저도 부장 교사라는 직책을 확정받으면서는 임신 시도를 멈추고 내년을 기약하자고 했던 일들이었다. 그런데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옛 말처럼 예상보다 빠르게(?) 아이가 생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알지 못했다. 나의 임신으로 내가 어떠한 일들을 겪게 될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