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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윤 Jun 13. 2019

마냥 축하만 받을 수 없었던

나의 첫 임신



 진짜 일은 그다음부터였다. 내가 올해 들어 새로 맡게 된 부장 교사라는 직책은 임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교사라는 직업 특성상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대부분이기는 하나, 부장 교사는 학년을 대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나름 중요 직책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러한 사실을 학교에 알리는 것이 괜히 미안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임신 사실을 비밀로 붙일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결국 임신 극초기인 8주가 지나고 임신 사실을 교감 선생님께 알렸다.


이 부장님, 축하드립니다.


 다행히 크게 놀라진 않으시고 축하한다는 대답을 해주셨다. 저출산 시대에 국가적으로 좋은 일 했다며 말이다. 그렇게 관리자 분들께 말씀을 드리니 한결 속이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그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같은 학교 친한 선생님들께 임신 사실을 알렸다. 다들 축하한다고 얘기를 했지만 동료 한 명은 예외였다

 

임신을 축하해야 할 일인지 잘 모르겠네.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먼저 임신에 뒤따르는 출산을 걱정하는 뜻이었다. 많은 여성들에게 '출산=고통'이란 인식이 박혀 있기 때문에 이를 염려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로 임신, 출산, 육아는 곧 자기 자신의 생활을 포기해야 함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어쨌거나 미혼이고 주변에 결혼한 사람 조차 없었으므로 더욱이 상상이 안 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임신하고 부장 업무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내가 임신 후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같이 일하는 내내 결국 그 동료의 이야기는 이 의미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의미를 간파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내심 씁쓸했다. 가까운 동료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니 다른 직장 동료 및 상사들 또한 축하한다는 말이 진심이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에서였다. 임신을 마냥 축하받지 못한 것이 비단 내가 새로 맡은 직책 때문이었을까. 내가 만약 직장과 관계없는 친구들을 만나 임신 사실을 알렸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진심이든 아니든 으레 축하를 해줄 것이다.(두 부부가 임신을 원했다면 말이다.)





 마냥 축하받을 수 없었던 진짜 이유는 바로 내가 임신한 '직장 여성'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사회에서 임신을 적극 권장한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직장에선 임신한 여성들을 '반기는' 직장은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아직까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혹시 글을 읽는 여러분이 그런 직장에 다니고 있다행운아다.)


  과거에는 가정 주부로서 사는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오히려 그 반대다. 많은 여성들이 취업의 문을 두드리고 실제로 일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직장과 맞물리다 보니 결혼도 출산도 여성에겐 모두 벅찬 것이 되었다. 나는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여자들이 다니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고 근무지 내 여성의 비율 또한 남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여성이 많아 여성을 더 잘 이해해 줄 수 있을 줄 알았던 이곳 또한 그렇지 못한 부분이 분명 존재했다. 바깥에서 보기에 좋다고 생각하는 이 곳 또한 이럴진대 다른 일반 회사는 오죽할까 싶었다.


 아직까진 여성들이 사회 활동을 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 나는 나의 임신을 통해 이 부분을 절실히 깨달았다. 실제로도 임신 기간 동안 만난 임산부들 대부분이 임신을 하고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물론 임신한 여성에 대한 처우는 과거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 모성보호시간, 출산 휴가, 육아 휴직 등 등. 하지만 무엇이 임신한 직장 여성들을 퇴사로 몰고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영원한 숙제 같은 이 물음.

임신에 대한 눈총은 직장에 다니는 임신 여성들이라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당연한 것일까?


 결국 이렇게 나의 첫 임신은 마냥 축하받을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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