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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윤 Jul 07. 2019

육아도 쉼이 필요해

나만의 시간 갖기

 어제 나는 아들을 데리러 다시 친정에 왔다. 오는 내내 잠이 부족했는지 눈꺼풀이 무거워 혼났다. 지금 사는 곳과 친정까지는 왕복 6시간. 요즘은 고속도로가 잘 되어 있어 그나마 가까워진 거리지만 자주 왔다 갔다 하기에는 아직까지 먼 거리다.

 며칠 전, 처음으로 아들을 친정에 혼자 맡기고 2박 3일간 혼자 볼일을 보러 다녔다. 이전에는 친정에 가도 아들과 항상 함께였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떨어져 보게 되었다. 원래는 친구네 아들딸과 함께 1박 2일 여행을 할 계획이었으나, 친구 아들이 구내염에 걸려 친정 엄마가 걱정하시는 바람에 친정에 아들을 맡기고 가게 된 것이다.

친정에 아들을 맡기고 가평 여행을 떠났다.


 간수할 몸이 나 혼자라 엄청 홀가분했다. 정말 편했다. 그렇게 나는 친구와의 1박 2일 가평 여행을 즐기며 아들과 영상통화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집으로 와서 엄마가 보내준 아들의 영상을 보는데 살짝 마음이 쓰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잠시, 그날 남편을 만나 평소 같으면 가기 힘든 영화관에 가서 스파이더맨을 보며 연애 시절처럼 데이트를 했다. 다음 날, 오랜만에 오전 늦게까지 잠을 자고 일어나 병원도 가고 볼일도 보고 대학 동기 언니들도 만났다. 정말이지 실컷 수다를 떨었다.

 떨어져 있는 내내 보고 싶고 마음이 많이 안 좋을 줄 알았는데 알면 아들이 서운할 정도로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잠시 잠깐 내 시간을 가지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다시 아들을 만나니 반가운 마음 반, 미안한 마음 반으로 아들을 얼싸안았다.


아들을 만나니 반가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사실 아이를 갖기 전까지만 해도 무조건 자식은 엄마가 길러야 하고 엄마와 최대한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요즘 같은 핵가족 사회에서는 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 같으면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라 이 사람 저 사람 아이를 돌보며 양육에 대한 부담을 분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엄마가 아이를 기른다면 아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와 보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좋을 수 있지만 과연 진짜 좋기만 할지는 의문이다.


 엄마의 심리 상태는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아이는 똑같이 울고 보채는 건데 내가 어떤 상태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 비록 나는 8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을 보냈지만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나의 경우, 집에만 있으면 쳐지고 답답했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과 아이를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여의치 않으면 아이를 데리고 아파트 근처라도 돌았다.
 



 육아에는 퇴근이 없다고 엄마들은 이야기한다. 아이를 재우고도 우는 소리가 들리면 얼른 방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아이를 토닥여서 재워야 한다. 다른 일에는 모두 주말이 있는데 육아에는 퇴근도 주말도 없다.

여건이 된다면 가족 누구에게라도 부탁하여 나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 휴식이 필요하듯 육아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여건이 된다면 가족 누구에게라도 부탁하여 나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육아는 보통 일이 아니다. 아이를 기른다는 일은 성스러운 일이다. 이 나라의 미래가 달린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런 일에 쉼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나는 아이를 잘 돌보기 위해서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보낼 것이다. 단, 돌아와서는 아이에게 충실해야겠지만 말이다. 이 세상 모든 엄마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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