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어린 딸은 아빠를 위해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
지난 1월 아이와 함께 도쿄 디즈니랜드에 다녀왔다. 작년에는 일정이 짧아서 랜드만 갔었지만 이번에는 디즈니씨 까지 다녀왔다. 먼저 함께 동행해주며, 손 많이 가는 부녀를 챙겨준 여자 친구에게 감사하다.
방문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랜드는 아이들에게 씨는 어른들에게 더 어울리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씨가 더 좋다. 딸아이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놀이기구의 난이도(?) 또한 좀 높은 편이어서 더 재밌었다.
사건은 이랬다. 누가 봐도 아이가 타기에는 좀 무서울 법한 놀이기구가 있었다. 콘셉트는 저주받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갑자기 떨어지는, 흡사 밖이 보이지 않는 자이로드롭이라 생각하면 된다. 차이는 언제 떨어질지 감을 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자 친구와 나는 대 만족이었다. 하지만 딸은 울고 있었다.
"무서워..."
"ㅋㅋㅋㅋ 겁쟁이래요~ㅋㅋㅋ"
등짝을 맞았다. 애가 무서워서 울고 있는데 다 큰 어른이 그것도 아빠가 놀리고 있다니...
번외지만 나는 애가 울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 더 어릴 때는 일부러 놀려서 울리기도 했다. 지금은 좀 컸다고 울지 않는다. 오히려 반격을 해서 이제는 놀리지 않는다. 아니 솔직히 그 횟수가 많이 줄었다. 아무튼 딸은 서럽게 울었고, 나는 오랜만에 맛본 그 짜릿함을 잊을 수 없어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적당히 시간이 흘렀고 아이는 진정을 했다. 그 이후 어떤 놀이기구를 타도 흥이 나지 않았다. 여자 친구는 아이에게 잘 맞춰서 같이 시시한 놀이기구들을 타주기도 했지만 난 전혀 흥이 나지 않았다. 철없는 남자 어른과 조금 철든 여자 어른은 10살짜리 여자애를 꼬시기 시작했다.
녀 :"혹시... 다시 탈 수 있겠어?"
남 :"아빠가 인형 사줄게!!!"
녀 : "너무 무서우면 안타도 괜찮아"
남 : "아냐 탈 수 있을 거야! 다시 타보면 하나도 안 무서워"
"무서워도 한번 참아볼게...."
참 철없는 아빠에 철든 아이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우린 한 번 더 탑승을 했다. 두 번 타도 재미있었다.
우리 딸은 두 번째는 울지 않고 용감하고 씩씩하게 잘 견뎠다.
"나 안 울었어! 근데 또 타니깐 재밌어"
"거봐 아빠 말이 맞지?ㅎㅎㅎ"
사실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우리 딸은 아빠를 위해서 무서움을 참고 탔던 거다. 표정은 '무섭지만 꾹 참았어'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아는 척을 하면 아이의 자존심 혹은 아빠를 배려하는 마음에 상처가 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서다. 철없는 아빠에게 과분한 딸이다. 나는 언제 철이 들까?
우리 딸은 생각보다 배려를 잘해준다. 그런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고마웠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이 마냥 기특하지만은 않다. 이 또한 스스로 사랑받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터득한 생존 본능이라고 할까? 그저 부족한 아빠의 괜한 우려일 수도 있지만, 그런 모습들이 보인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해한 척.
죽도록 하기 싫지만, 괜찮은 척.
아빠가 틀렸지만, 모르는 척.
이런 모습은 아이의 나이와 비례한다. 마음이 아프다. 눈치를 보는 모습들이 내 눈에는 너무 잘 보인다.
못나고 부족하지만 아빠라서 그런가 보다. 내가 자기주장을 하지 못하는 아이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