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족한 아빠의 반성문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내 딸에게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무책임한 부모도 없을 듯하다. 할머니에게 아이를 맡겨두고 내 인생을 살고 싶다는 욕심에 아이의 삶을 무시했다. 그래서 벌을 받았다. 아주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스스로 정신승리를 했다.
'내 삶이 무너지면, 아이의 삶도 무너지는 거야!'
'내가 잘되면, 아이도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잖아'
너무 철이 없었다. 너무 생각이 짧았고, 너무 이기적이었다. 말 그대로 정신승리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었다.
왜 그때는 그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났다.
나는 아주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다. 하지만 한동안 엄마와 아빠가 떨어져 살았던 날들이 있었다. 내 기억에 길지는 않았다. 당시 경제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엄마와 동생은 외갓집에 나는 아빠와 친가에 왔다. 그날을 잊지 못한다. 아직까지 생생하다. 아마도 어린 마음에 충격을 받아서 잊지 못하는 것 같다. 그때 나의 마음은 단 하나였다.
'다 필요 없으니깐 그냥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이날을 떠올리던 그날 나는 나에게 심한 욕을 퍼부었다. 그걸 아는 놈이, 그 날의 그 감정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놈이 내 딸에게 똑같은 감정을 알려주고 있었다. 내가 아는 모든 욕을 했다.
그동안은 아빠가 아니었다. 아니 자격이 없었다. 지금도 많이 부족하다. 그동안에 못 다해준 것을 다 해주고픈 욕심은 있지만, 그전에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아빠가 되어주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참 쉬운 것만은 아니다. 아들이었다면 좀 더 쉬웠으려나? 딸이라서 내가 공감을 못하는 부분이 있는 건가? 아니 어쩌면 딸이라서 조금이나마 감정적으로 나를 이해해주고 있는 건가? 난 무엇을 해줘야 하는 거지? 이런 고민에 누군가가 나에게 답을 내려 주었다.
"최대한 많이 시간을 같이 보내줘요."
그래. 이거라도 해보자. 정말 아무것도 해주지 않더라도, 그저 같은 공간에 있는 시간을 최대한 만들어 보자.
코로나로 인해 아이는 학교도 학원도 가지 못하고 집에만 꼼짝 못 하고 있다. 아침에 퇴근을 해서 들어가면, 환하게 웃어준다. 그리고 쉬지 않고 말을 한다. 사실 피곤하다. 그래도 최대한 들어주려고 노력은 한다. 무슨 말인지 두서없이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저렇게 신나게 이야기하는 걸 보면 차마 막지 못한다.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몸이 피곤해져 자연스럽게 거실 바닥에 눕게 된다. 그럼 나도 모르는 사이 잠이 들어있다. 일어나 보면 이불이 덮어져 있고, 10살짜리 딸은 티브이 소리를 최대한 낮춰서 옆에 앉아 티브이를 보고 있다. 그러고는 언제나 같은 질문을 한다.
"아빠 티브이 소리 때문에 일어났어?"
아니야. 이렇게 소리를 작게 하고 티브이를 보는데.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미안함이 더 치고 오른다.
'너 일부러 아빠 더 미안하라고 그러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나는 많이 부족한 아빠다. 아빠의 능력에 비해 내 딸은 과분하다. 아참 내 딸도 잘 못하는 부분이 있긴 하다. 학원 숙제와 학습지다. 하지만 난 강요하지 않는다. 아니 강요하거나 혼낼 자격이 없다. 그래서 조용히 일러준다.
"너 숙제 다 안 하면, 핸드폰 뺏을 거야"
이렇게 자격 없는 아빠는 조용히 협박을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