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by 글쓰는장의사

정말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사실일까?

나는 너무나도 간절했다. 그럼 그녀는 그렇지 않았던 것일까?

잃은 것이 너무 많다. 그녀도 그럴까?


정말 정신 나간 사람처럼 글을 적었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부끄러울 정도의 글이었다. 지워버릴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날의 나의 감정을 전혀 꾸밈없이 쓴 글이기에 그냥 두기로 했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나의 노력과 나의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의 성패는 간절함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출근길에 통화하던 상대가 사라졌다.

퇴근 후 산책하듯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던 사람이 사라졌다.

내 딸과 같이 나를 놀려먹던 사람이 사라졌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나 대신 엄마와 간단한 맥주를 마셔주던 사람이 사라졌다.

무뚝뚝한 아들만 있던 엄마에게 상냥한 딸이 되어주던 사람이 사라졌다.

엄마와 같이 내 흉을 보던 사람이 사라졌다.


우리 딸은 숙제를 봐주던 사람이 사라졌다.

과자를 좋아하지 않는 아빠 대신 함께 과자를 즐기던 사람이 사라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또 사라졌다.


모두를 나열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서로에게 마음이 떠나서 찾아오는 이별이라면 이렇게 가슴 아프지는 않을 텐데, 이렇게 미련이 남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어머니가 쓰러졌다. 평소 공황장애가 있던 어머니는 소중한 딸이 나 같은 놈과 만나는 것에 대해 큰 충격이었나 보다. 잘 버티시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그녀에게 몇 번이나 확인했다.

"만약 어머니가 쓰러지셔도 나를 선택할 수 있겠어?"

"네.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자신 있어요. 다시는 오빠 손 안 놓을 거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말을 듣고 12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그녀는 내 손을 놓았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를 반대하는 어머니의 마음도, 어머니의 건강을 걱정하는 그녀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10살 된 딸. 전화로 상황을 알렸다.

"아빠가 미안해. 자꾸 이런 일을 만들어서 너무 미안해."

"아빠 괜찮아."


10살인 딸에게 35살인 아빠가 위로를 받았다. 아빠가 밉지도 않다고 했다. 내 가슴은 더 찢어지듯 아프고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졌다.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질까? 정말로 이 아픔이 없어질까? 몇 번의 이별을 경험했지만 단 한 번도 이번처럼 아픈 적은 없었다. 많이 아프다. 가슴이 찢어지듯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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