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 아프지 않을 수는 없다.

by 글쓰는장의사

아무것도 하기 싫다. 의욕이 없다. 입맛도 없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려니 정말 내가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계속 키보드만 두드리고 있다.

나에게 이별은 큰 아픔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이별은 많이 아프다.


통화상으로 나에게 괜찮다며 웃어 보였던 아이.

조금 전 엄마에게 걸려온 전화의 내용은 전혀 달랐다.

펑펑 너무나도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가슴이 메어온다.


아빠가 더 아파할까 봐 아빠 앞에서는 슬픔도 아픔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나와의 통화에서는 "다른 여자 만나 히히히"라고 말했던 10살짜리 여자 아이다.

통화가 끝나기 무섭게 할머니에게 달려가 엉엉 울었을 아이를 생각하니 심장이 뽑히는 고통이 온다.


나의 이별이 가장 아프다고 생각했다. 꼭 그렇지만은 않은가 보다. 나의 엄마도 나의 딸도 나만큼 아파한다. 울먹이며 전화상으로 나에게 그녀의 험담을 한다.

"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나. 그동안 우리가 해준건 뭐냐. 지 엄마 한 명을 위해서 내 가족 3명을 이렇게 아프게 하냐."

"그만해. 나도 힘드니깐 나한테 이러지 마!"

고함을 지르고 끊었다. 엄마도 아파한다는 걸 알지만, 같이 울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또다시 괜찮은 척, 이겨낼 수 있는 척하며 내 가족의 아픔을 지켜봐야 한다.




이별은 여러 번 경험했다. 이혼도 경험을 했고 연애 후 이별도 몇 번 경험했다. 하지만 이게 진정한 이별의 아픔인가 싶을 정도로 나에게 대미지가 상당하다. 벗어나려 발버둥 치면 칠 수록 더 아파오는 느낌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저 마음을 가라 앉히려 노력하고 있다.


심장은 요동을 치고, 머릿속은 태풍이 불고, 손은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누가 봐도 많이 아픈 사람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 나의 모습이다.

한 며칠 쉬고 싶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혼자 있고 싶지만, 혼자 있기가 겁난다.

도망가고 싶지만, 도망가지 못한다.

원망하고 싶지만, 원망도 하지 못한다.

보고 싶지만, 봐서는 안된다.


이제 조금씩 내려놓아야 하는데 아직 나는 꼭 쥐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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