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 커피=나, 나=커피

by 글쓰는장의사

회사에서 사람들이 나를 보고 하는 말이 '커피 중독자'이다.

하루 중 물보다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정도이니 당연히 붙어지는 별명인듯하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략 25살부터 아메리카노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그런 커피가 이제 마셔지지 않는다. 신기하다.


술을 하지 않는다. 회식 자리를 가도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며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남들보다 커피를 상당히 많이 마시는 편이었다.

그녀도 나를 만나면서 커피를 많이 마시게 되었다. 우리는 항상 커피를 손에 들고 다녔다. 아니 입에 달고 다녔다. 갈증이 나면 물보다 시원한 커피를 찾았다.


그녀가 떠나가고 커피를 한잔도 마시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마시지 못했다. 커피 향이 코로 들어오면 속에서 거부했다. 어제 퇴근길에 한잔을 사서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하고 다 버렸다.

내가 이렇게 오랜 시간 커피를 마시지 않은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신기하다.

그래서 그런지 두통이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정말 나는 커피에 중독이었나 보다.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다.


커피 향을 좋아했고, 그 특유의 구수함을 좋아했다. 그런데 이제 커피 향을 맡지 못하겠고 그 구수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신적인 충격이 큰 것일까? 시간이 흘러가면 원래 내 모습으로 돌아올까? 잘 모르겠다. 그 어떤 답도 내리지 못하겠다.


커피와 함께 며칠째 음식을 먹지 못한다. 배가 고프지도 않고, 그 어떤 음식도 냄새가 역겹다. 이대로는 정말 내가 큰일 날 것 같은 생각에 억지로 밥을 먹어보려 했지만, 음식을 입에 넣는 순간 헛구역질이 나왔다. 오늘은 빵을 먹고 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전부 토해내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그저 지금 내 마음이 힘들어서 그런 거겠지?


그녀와 만나면서 그녀를 통해 찌웠던 살들이 그녀와 함께 나에게서 떨어져 나가고 있다. 이건 좋은 일 아닌가?


책을 읽지 못하겠다. 평소 머리가 복잡할 때면 잠시 잊기 위해 책을 읽었다. 그런데 지금은 책을 펴면 그 종류에 상관없이 그녀와 함께 책을 보던 순간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10초도 펴지 못하고 덮어버린다.

커피를 마시지 못하고, 책을 읽을 수 없으니 매일같이 출근도장을 찍던 스타벅스에도 발길이 끊겼다. 내가 좋아했던 자전거도 타지 못하겠다. 집 주변의 모든 자전거 도로가 그녀와 함께 달렸던 도로이다.


새로운 취미를 찾아야 하나? 아니면 정말 시간이 조금 흐르면 괜찮아지는 걸까? 아니면 당장 생각나더라도 계속하다 보면 잊힐까?


지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없다. 내가 좋아했던 모든 것들을 그녀와 함께했다. 아마도 그 모든 것들이 그녀와 함께 사라진건 아닐까?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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