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와 나의 약속
어머니가 쓰러져도 내 옆을 지키겠다는 말. 그리고 내 딸을 자기 아이라며 절대 상처 받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 나는 그녀가 했던 약속들만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했던 약속들은 잊어버리고 있었다.
분노와 원망과 그리고 혹시라도 마음을 잡지 못할까 봐 독설을 퍼부었다. 거의 하루 종일 문자로 독설과 저주를 했다. 그녀는 간간히 미안하다는 문자만 왔다.
오늘 아침 출근길 그녀의 긴 답장이 왔다.
어머니가 쓰러지신 후 말을 못 하신다고 한다. 그리고 한쪽 다리가 불편해지셨다.
병원에서 한 번 더 쓰러질 경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조금씩 이성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미쳐서 폭주하던 내가 다시 차분해졌다. 그리고는 어제 나의 행동이 미안해졌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았다. 내가 저 상황이라면, 우리 엄마가 저 상황이라면 그래도 나는 포기하고 그녀에게 갈 수 있을까?
평소 나 자신의 인생을 먼저 생각하고 부모님에게 상처를 많이 주며 살아왔지만, 그런 나도 쉽게 그런다는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그녀의 입장이 이해가 되었다. 한번 더 쓰러지면 정말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어찌 나를 만나겠나...
그래 이해하자. 그래 이제 놓아주자.
만나면서 느낀 거지만 참 마음이 여리고 약한 사람이었다. 살아온 환경이 그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우리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에 몇 배는 감사하고 행복해했다. 그리고 언제나 모든 이들에게 희생적이었다. 자신의 상처보다는 다른 이의 상처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이제는 그런 그녀가 이 힘든 상황을 잘 이겨내지 못할까 봐 그것이 두려워졌다.
마지막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요 며칠 미안하다고, 이제 정신을 차렸다고, 힘들어도 용기 잃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더불어 내가 한 약속은 생각하지 않고 그녀가 나에게 했던 약속과 다짐들만 이야기를 해서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이제 내가 했던 내가 내입으로 뱉었던 그 말들을 지키겠다고 했다.
이제 그녀는 이 글을 보지 않는 듯하다. 예전에는 항상 제일 먼저 읽어주고, 한동안 글이 없으면 재촉하기도 했던 그녀였지만, 이제는 읽지 않는 듯하다. 아마도 그녀도 내 글을 보면 마음이 아프겠지?
그녀는 지키지 못했지만, 아니 어쩔 수 없었지만, 나는 끝까지 지켜주고 싶다. 그게 내가 그녀에게 내 마음을 보내는 마지막 방법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