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워 담을 수 없어서 안타까운 실수
"아빠 천 원만 주세요"
"뭐 하려고?"
"과자 사 먹게"
"가자! 편의점으로!"
"오예~"
"먹고 싶은 거 다 골라. 아빠가 다 사줄게"
"괜찮아 하나만 살 거야. 많이 사면 비싸"
"아빠가 너 과자 100개도 사줄 수 있는데?"
"헤헤헤헤 거짓말"
"......."
거짓말이라니...
나는 딸에게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작은 약속이라도 내가 뱉은 말은 꼭 지키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거짓말이라니.
우리 딸이 왜 이런 말을 할까 생각해 보았다.
문득 몇 년 전 내가 어린 딸에게 무책임하게 뱉었던 말이 생각났다.
"아빠가 같이 못 있어 줘서 미안해. 지금 아빠가 돈이 너무 없어서 우리 딸은 할머니랑 있어야 해. 아빠가 금방 돈 벌어서 같이 살자. 미안해"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었다.
마음이 찢어지고 울며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안아주고는 돌아서서 나왔다. 아마 이 말이 우리 딸에게 아빠는 돈이 없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었나 보다.
돈은 참 중요하다. 아직 짧은 인생이지만, 수도 없는 실패 속에서 나는 사람도 잃었고 돈도 잃었다. 그래서 나는 내 딸을 책임지지 못했다.
"나중에 커서 돈 많이 벌어서 할머니 집도 사주고, 아빠 좋은 차도 사줄 거야"
기특하다.
모아둔 돈으로 할머니와 아빠 생일날 선물을 사줄 거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아직 한 번도 사준적은 없다.
딸에게 아빠가 돈이 없고 경제적으로 능력이 없다는 말을 나는 왜 했을까?
정말 핑계가 없었나 보다. 거짓말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차마 거짓말을 하지는 못했나 보다.
그 덕에 우리 딸에게 나는 아직도 돈이 없는 사람이다. 웃픈 현실이다.
학교 친구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가고 싶다고 한다. 자기가 모은 돈도 주겠다고 한다.
"딸아 그 돈으로는 그 집 현관문도 사지 못한단다."
웃으며 농담 삼아했던 말이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어느 부모도 자식에게 힘든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나는 이미 많은 것을 보여 주었다. 그 덕분에 아이 같지 않은 아이로 성장해버렸나 보다. 이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지금 방학기간이라 아침에 퇴근해서 집에 가면 웃으며 반겨주는 딸.
그러고 한두 시간 후 학원을 가는 아빠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는 딸.
이런 아빠 밑에서, 이런 환경 속에서, 이렇게 밝게 자라주어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