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보운전 Apr 19. 2024

딸은 가끔 눈물버튼이 된다.

얼마 전 아내와 이런 이야기를 했다.

퇴근이 조금 늦어져 이제 돌이 막 지난 아들을 데리러 어린이집에 조금 늦게 갔다고 한다.

"그때 가보니 우리 애만 남아있었어? 아니면 다른 애들도 몇몇 있었어?"

"혼자 있더라고.."

아내의 대답에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애들 부모님이 한 명씩 데리고 갈 때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러다 갑자기 우리 딸 생각에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


우리 딸은 이혼한 3살 때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항상 꼴찌로 집에 왔다.

그리고 집에 와도 아빠인 나는 없었다.

할머니 손에 자란 내 딸은 이런 감정을 매일 몇 년을 느꼈을 것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때렸다.


엄마도 없는 아이를 아빠인 내가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항상 미안했다.

그리고 항상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아빠가 보고 싶었을까?

그저 추상적인 생각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날 어느 정도 아이의 마음을 느꼈다.


우리 딸은 항상 그리움과 외로움 속에서 버티고 있었다.

나는 딸에게 아빠의 자격이 없었다.

아빠로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가슴에 못이 박혀 딸아이 생각만 해도 가끔 눈물이 울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상처가 아이가 받은 상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

나는 이 마음을 죽을 때까지 갖고 살아가는 벌을 받겠지만,

내가 지은 죄에 비하면 너무 하찮다.


지금은 좋은 엄마가 생겼다.

그리고 평범한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는 아빠도 항상 옆에 있다.

지난 과거를 돌이킬 수 없지만, 잊어서는 안 된다.

늦었지만 최근 몇 년간 그동안 해주지 못한 것들을 해주려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아내는 금방 눈물이 쏟아진다.

"조금만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매번 이런 말을 한다.


우리 딸은 요즘 이런 말을 가끔 한다.

"요즘 나는 너무 행복해."

우리 딸에게 행복은 그저 엄마와 아빠가 옆에 있어주는 것이었나 보다.

아주 평범하고, 아주 당연한 그 일이.

우리 딸에게는 소망하던 일이었다.

지금이라도 딸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아내에게 고맙다.

그리고 내가 아빠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사람 역시 아내이다.

이전 01화 내 딸에서, 우리 딸로 바뀌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