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때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이혼을 목전에 두고 있거나 이미 그 문턱을 넘은 사람들에게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결혼 전 '이 결혼 과연 하는 게 옳은가?'라는 생각은 누구나 들것이다. 내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선택이기 때문에 당연한 생각이다.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해도 신뢰가 가지 않아요'
'경제적인 개념이 너무 부족해요'
'하지만 지금 무르기는 너무 늦은 듯합니다.'
결혼을 몇 주 앞둔 아는 동생이 나에게 했던 말이다.
"나를 봐라. 넌 지금 늦은 게 아니다."
놀란 기색을 보였다.
멈추지 않고 나는 밀어붙였다.
"아마 지금 상황에서 파혼을 선택한다는 것은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창피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해서 도저히 그러지 못하겠지?"
"네...."
"착각하지 마! 생각보다 주변 사람들은 너에게 큰 관심이 없다."
아니라고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경험상 이건 확실히다. 살면서 주변에 누군가가 결혼을 얼마 앞두고 파혼했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때 당신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억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아 그래? 왜 그랬데? 많이 힘들겠네' 혹은 '아 그래? 결국은 파혼했구나' 이 정도이지 않았을까?
그 후 과연 몇 번이나 그 사람이 파혼을 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 생각한 게 처음이거나 두 번 혹은 세 번 정도 되지 않을까? 이처럼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일에 크게 관심이 없다. 그럴만한 여유가 있는 세상도 아니고, 내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기도 하다. 그 동생에게 내가 해준 조언은 '파혼을 해라.' 혹은 '그냥 죽었다 생각하고 살아라'는 아니었다.
'냉정하게 판단해서 함께 평생을 살아갈 자신이 없다면, 남들 시선 따위 생각하지 말고 파혼해라. 그게 아니라면 그저 믿을만한 사람들에게 하소연으로 끝내라. 이제는 결정할 시간이다. 잠깐의 부끄러움을 피하려고 너의 남은 인생 전부를 버리는 멍청한 선택은 하지 마라.'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했었다.
'모두가 반대하는 결혼을 설득하고 윽박도 질러서 겨우 하기로 했는데 이제 와서 못하겠다고 말하면 내가 무책임해 보이거나,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
사람들은 나의 선택이 옳은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생각보다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저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나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일에 대해 나의 선택을 증명하려고 했다.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아!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구나"
우리 지인들은 우리를 아끼고 좋아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내 인생을 평가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혹시 지금 결혼을 앞두고 있는 분들은 딱 두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1.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생각만큼 크게 관심이 없다.
2. 잠깐의 창피함(파혼)이 평생의 족쇄(이혼)보다 수백 배는 옳은 선택이다.
아! 당연히 파혼을 권장하는 말은 아니다. 가끔 주변에는 뻔한 결과가 보이는 결혼생활을 시작하려고 하는 가슴 아픈 사람들이 있다. 아마 나의 20대를 지켜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