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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운전 Apr 18. 2020

이건 누구의 몫인가요?

-내가 할 일인지 아이가 할 일인지 모르겠다.


코로나로 인해 개학 연기가 한 달을 넘었다. 집에만 갇혀 있는 아이도 그런 아이를 보는 나도 둘 다 지쳐 갈 때쯤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참 너무너무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젠장.


 온라인 개학. 모든 초중고교 학생들이 학교를 집에서 온라인으로 간다.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저학년에 턱걸이를 했다. 덕분에 다가오는 월요일 20일부터 컴퓨터 혹은 스마트 기기로 출석을 해야 한다. 할머니는 식당을 하셔서 봐줄 시간도 없고, 무엇보다 스마트기기나 컴퓨터는 전혀 하실지 못한다. 그리고 아빠인 나는 봐줄 시간이 되지 못한다.

"아니 맞벌이 부부나 나 같은 사람은 어쩌라는 거지?"

초등학교 저학년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가 해서 알려주려고 직접 접속했다.

"이걸 초등학생이 그것도 저학년이 가능할까?"

복잡했다.

'좀 간단하게 정말 어린아이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그들의 눈높이에서 만들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어려웠다. 고학년이나 중고등학생은 크게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겠지만, 저학년 아이들이 혼자서 하기에는 많이 힘들어 보였다. 하루 이틀 만에 터득하기는 무리라 생각된다. 내가 아이들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의 시각에서는 하기 버거워 보였다. 요즘 학부모들 사이에 '엄마 숙제'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어른이 붙어서 봐줘야 한다는 말이겠지.




이처럼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많이 안타깝다. 그리고 미안하다. 엄마가 없음을 미안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핑계로 다른 학부모들과의 친분이 전혀 없다. 보통 엄마들끼리 정보도 교환하고 이런 경우 서로 도와주기도 한다고 하는데, 나는 당장 부탁을 하거나 의견을 구할 사람이 없다. 학교에 입학한 지 2년이 지났다. 부끄럽지만 아무도 모른다. 얼굴만 아는 사이도 없다. 아이 학교에 행사가 있어 몇 번 찾아간 적은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혼자 쭈뼛거리다가 아이만 보고, 사진만 찍고 집에 돌아왔다.


이런 나의 행동에 항상 그렇듯 핑계는 있다. 붙임성이 부족하다. 그리고 보통 나이 차이가 있어서 말을 건네기도 힘들다. 후자가 가장 큰 핑계다. 올해 우리 나이로 35살. 초등학교 3학년 학부모라 하기에는 많이 젊다. 뭔가 모르게 조심스럽다. 아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아이 친구들 중에 내 또래로 보이는 부모가 있으면 먼저 말을 붙여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장담은 못하겠다. 솔직히 반가운 마음은 들겠지만, 먼저 다가가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럼 그냥 근처에서 서성이며 '먼저 말 걸어주세요'라고 속으로 말하겠지?


아이 숙제인지 내 숙제 인지 모를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하고, 마치 내가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들인가 싶을 때도 있다. D-2 아직 하루의 여유가 있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오늘은 내 마음이 조급해지고 불안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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