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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운전 Apr 22. 2020

이혼, 그 첫 단추를 끼우다.

- 머뭇거리면 그나마 좋은 타이밍을 놓칠지도 모른다.


가끔 이혼을 피하려다 결국은 피하지 못하는 경우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아이 때문에 이혼은 절대 안 하려고 했는데..."

나도 그랬다. 당시 너무 어린아이가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나만 그냥 눈 감으면 이혼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나는 눈을 감지 않았다. 그냥 이혼을 했다.

사실 지금에서 드는 생각이지만, 이 말을 하는 사람은 뭔가 말하지 못하는 두려움이 있었나 보다. 아니면 그저 이혼이라는 딱지가 아이와 나에게 생기는 것이 싫었을 것이다.



 한부모 가정보다는 엄마, 아빠가 다 있는 정상적인 가정이 당연히 아이의 환경에는 더 좋다. 하지만 정상적인 화목한 가정이 아니라면? 그래도 과연 엄마 혹은 아빠와만 있는 경우보다 더 좋은 환경일까? 우리 어른들은 가끔 착각을 한다. 그저 아이 눈에 엄마와 아빠 모두가 있으면 아이는 아무 걱정 없이 자란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아이는 바보가 아니다. 아무리 어려도 눈치가 있고,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나는 당시에 이렇게 생각했다. 화목하지 않는 가정에 있기보다는 반쪽이라도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내 생각이 맞는지 틀렸는지 아직 장담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라 자신할 수 있다. 물론 아이의 나이, 기존에 누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라 본다. 대화도 하지 않는 부부 사이를 보고 자라는 아이보다는 비록 혼자지만 아이에게 모든 노력을 다하는 상황이라면 아이에게 더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 않을까? 부부관계에 노력을 하는 열정까지 아이에게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부분은 아이의 양육을 가져오는 부모가 진심으로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좋은 할머니와 삼촌 밑에서 자란 아이는 너무 밝게 자라주었다. 아빠에 대한 원망도 없고, 벌써 아빠를 이해한다고 말을 하는 아빠보다 먼저 철이든 10살짜리 딸이다.




 지금까지 나에게 '아이를 위해서 버텨왔다'라는 말을 했던 분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모두 이혼을 진작 했어야 하는 분들이었다. 행복한 가정이 도무지 될 수 없는 상황을 억지로 붙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차피 이혼을 피하지 못한다면, 아이가 조금이라도 어릴 때 이혼을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폭력적인 남편, 가정에 전혀 관심을 주지 않는 아내, 매일 술만 마시는 남편, 무책임한 경제관념인 아내, 돈을 벌지 않는 남편 등 대충 기억나는 상황이 이런 것 들이다. 이런 경우의 사람들은 바뀌는 것이 쉽지 않은가 보다.


 사실 조금이라도 빨리 이혼을 해야 한다는 나의 주장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이가 더 많은 상처를 받기 전에 조금이라도 빨리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아주 어린 나이라면 크게 상처로 남아있지도 않다. 자라면서 부재에 대한 그리움은 생길지 모르겠지만, 엄마 혹은 아빠가 떠나는 마음 아픈 기억은 가지지 않는다.


 결혼과 이혼은 감정의 결정인 듯하면서도 무엇보다 이성이 지배해야 하는 결정이다. 순간의 감정으로 결정을 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걸려있다. 나는 이 사실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결혼은 스스로의 남은 인생 전체를 걸어야 하는 선택이고, 이혼은 어쩌면 내 아이의 미래와 나 자신의 미래를 함께 걸어야 하는 선택이다.

무엇을 선택해도 후회는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렇다면 그저 조금이라도 후회가 적은 방향으로 선택을 해야 한다. 일단 모든 주변의 환경과 말들을 제쳐두고 스스로의 상황부터 냉정하게 판단해보는 것이 첫 단추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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