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는 왜 아이들의 천국인가?
멀리서 내 나라의 아픈 소식을 접하는 것은 왠지 더 아프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장에서 아동학대 사건 소식들은 소식을 접한 뒤 한참 동안 가슴이 아릴 정도로 아픔이 오래 가더라...
문득 아이들의 천국이라는 핀란드에도 아동학대가 있을까 궁금해졌다. 1990년 사회보건부와 아동보호단체에 의해 처음으로 작성된 핀란드 아동학대보고에 따르면 한 해 동안 15세까지 성장하는 동안 72퍼센트의 아동이 가벼운 폭력을 경험했으며 한 해 동안 15세 아동의 20퍼센트는 가정에서 가벼운 폭력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중 5퍼센트의 아동은 심각한 수준의 폭력을 겪었다고 한다. 이들이 말하는 가벼운 폭력과 심각한 폭력의 정도가 가늠이 되지 않지만 '핀란드에도 아동에 대한 폭력이 존재하기는 하는구나'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1984년 가정에서의 체벌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되고 1914년에는 공립교육기관에서의 체벌이 법으로 금지되어 이후 아동에 대한 체벌은 범죄로 인식되고 처벌받게 되었음에도 꽤나 오랫동안 아동에 대한 폭력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동학대보고서가 작성되고 약 10년이 지난 뒤 아동학대방지를 위한 예방책이 마련되었으나 2012년 부모의 학대로 인하여 아동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2012년 자료에 의하면 한 해 5~6명의 아이가 부모의 학대로 사망하고 300여명의 아동은 부상을 입는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가정 내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핀란드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망 또는 부상에 이르게 된다는 안타까운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는 다른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2009년 이후, 만 6세까지의 아동을 돌보는 공립기관에서의 아동학대는 단 한차례도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기초학교, 고등학교 등의 공립교육기관에서의 학대 또한 보고되지 않았다.
어린이 보육교사에 의한 아동학대문제의 예방책으로 CCTV를 설치하고 보육교사의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육시설에서의 아동학대사건이 심심치않게 발생하는 우리의 현실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핀란드에서는 교사뿐만 아니라 아동을 돌보는 기관의 모든 영역의 직원에 대해 엄격한 자격과 책임을 요구한다. 또한 아동학대 방지와 예방을 위한 메뉴얼이 마련되어 있다. 2008년 개정된 아동보호법을 살펴보면 아동학대를 담당하는 모든 기관, 예컨대 사회보건부, 보건소, 지방자지단체는 물론이고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더욱이 가정내 폭력을 경험하는 아동을 어떻게 발견하고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메뉴얼도 상세히 작성되어 있다. 교사와 아동을 돌보는 직무를 맡은 사람들이 아동을 관찰하는 임무에서 부터 학대의 징후를 발견했을때 대처요령과 학대사실 파악 후 사후대처문제까지 메뉴얼이 정리되어 있어 공교육기관내 학대방지는 물론 가정내 학대에 까지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같은 노력이 핀란드아이들을 학대로 부터 보호하고 가정에서는 공교육기관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아이의 양육과 교육은 부모, 혹은 엄마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라는 인식 또한 이곳 아이들을 천국의 아이들로 만들어 주는 듯 하다.
핀란드의 여름방학은 약 두달 반가량인데 맞벌이 비율과 이혼가정의 비율이 높은 핀란드의 현실을 고려할 때 두달 반 가량의 아이를 돌볼 수 없는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우리 나라에서는 임시공휴일이 지정되어 2,3일의 예기치 못한 휴업일이 발생하는 경우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은 방도를 찾느라 애를 먹는다. 직장맘들에게 아이들의 방학은 또하나의 시련이다.
핀란드의 직장맘들은 기나긴 방학을 어떻게 해결할까? 여름캠프를 활용하는데 미국의 여름캠프와는 성격이 조금 다른 것 같다. 미국의 경우 여름캠프에도 자본주의 영향이 명백히 드러나 사립학교나 시설이 좋은 센터의 여름캠프는 비용이 비싸고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아이들만 그 캠프를 이용한다.
비용이 저렴한 여름캠프는 주로 저소득층 아이들이 특별한 활동없이 그저 부모가 데리러 오는 시간까지 모여앉아있는 것이 대부분의 활동인 캠프도 있다. 미국에서 사는 동안 방학 중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영화가 한참 진행중인 때에 한 무리의 아이들이 인솔자와 함께 입장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영화가 일정시간 이상 진행되면 영화요금을 받지 않는 극장의 정책에 따라 영화의 끝부분만 보더라도 극장에 오려는 저렴한 캠퍼들과 인솔자다.
핀란드의 캠프를 살펴 보니 물론 비용에 따라 활동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캠프처럼 부익부빈익빈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 비결은 대학생들의 활용, 즉 사회구성원이 함께 해결하는 시스템에 있다. 초등학생들 보다 이삼주 먼저 방학을 하는 대학생들은 각자의 취미와 특성에 맞는 캠프에 배치되어 캠프운영과 인솔에 투입된다.
어려서부터 체조, 스케이트, 수영, 배드민턴 등 각종 사회체육을 경험하며 자란 이들은 스포츠캠프의 인솔자로 제격이다. 더욱이 약간의 용돈벌이가 보장되어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을 돌며 눈물의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된다. 아동과 그 부모는 물론 대학생들까지 포용하는 사회시스템이다.
핀란드아이들이 천국에서 노닐듯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사회가 아이들을 책임진다는 강한 의식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핀란드가 아이들의 천국이라는 인식, 이것은 오해가 아닌 현실인 것 같다.
@ 이 글에 인용된 각종 통계와 자료는 핀란드연구소 정도상대표가 교육부에 기고한 글의 내용을 참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