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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ug 20. 2016

커피향은 왜 추억일까

전망좋은 오슬로의 오래된 카페

여보! 비어스파갈까? hot tub 하나당 두명까지 가능하고 맥주가 무한제공이래!!!!!


별로 흥미가 안생겨, 여기도 맥주마시는 사우나 있쟎아


있으면 뭐해, 어차피 안가면서.... 여기가 온천물로 유명한 곳인줄은 알아요? 그래서 각종 스파가 테마별로 운영되고 있다고...


몰라


맥빠진다. 대화는 여기까지...


어디를 여행하든, 그 나라, 그 도시가 무엇으로 유명한지 어떤 명소가 있는지 큰 관심이 없는 남편이다. 아마도 남편에게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돌리는 휴식일 것이다. 그나마도 편히 쉬지 못해 시차에 따라 반나절은 한국의 본사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일을 처리하고 급한 일이 생기면 휴가중임에도 그날 하루를 오로지 일에 허여한다. 한국에서였다면 출근을 했겠지....


이런 남편에게 최고의 휴식은 마음에 드는 카페의 커피 한 잔이다. 가우디의 건물도, 로마제국의 영광도, 비어스파도, 피요르드도 커피 한 잔의 휴식만큼의 위안과 행복을 주지 못한다.


그렇게 남편과 나의 추억은 언제나 커피향과 함께 피어난다. 노르웨이 투어 강행군을 마치고 오슬로의 휴양호텔에서 사나흘 푹 쉬자고 선심쓰듯 이야기하고는 지루해 할지 모르는 딸들을 위해 실내수영장이 있는, 오슬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리조트에 투숙했다.


미국과 달리 북유럽에는 실외는 물론이고 실내수영장이 있는 호텔이 흔치 않다. 그런 탓에 호텔 수영장이 오랫만인 딸들은 차로 6시간 정도의 장거리이동을 마치고 짐을 풀자마자 수영장으로 달린다. 적게는 6시간, 많게는 8시간 정도 열흘간 산길을 달린 딸들인데 아직도 기운이 펄펄하다. 하긴, 미국에 처음 도착했을때 장거리비행과 시차적응의 피로함도 잊은 채 수영장으로 달려갔던 딸들이니 이정도는 예상했던 일이다. 부부는 오늘도 어김없이 맥주를 한 잔씩 하며 피로를 푼다.


여기, 애플파이가 유명한가봐. 다들 애플파이 사진을 올렸네?


노트북을 들어 파이두께만큼의 크림이 얹어진 애플파이 사진을 보여준다.


걸으면 한 십오분 걸리겠다...호텔에서 가까워.

그래요... 내일은 거기가서 커피나 마십시다.


여기봐봐!!!! 우리도 애플파이 먹으러 갈까? 응?

나라면 이렇게 호들갑을 떨며 물었겠지만 남편은 그러는 법이 없다. 저정도 표현을 했다면 정말 가고 싶다는 뜻이리라...


어제는 맑았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잔뜩 흐린 하늘, 기어이 비가 내린다. 오슬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호텔보다 조금 높은 곳에 1891년부터 커피를 내리고 파이를 굽던 카페가 자리잡고 있다. 호텔도 카페도 노르웨이 전통 건축양식으로 추측되는 외관이다. 목조판을 덧대고 처마와 지붕끝을 마치 바이킹의 모자처럼 세워 올려 장식한 그들의 멋스러움


벽난로, 대들보, 옷걸이까지 백년도 넘는 시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애플파이와 커피를 담는다. 직접 구웠다는 각종 쿠키와 파이, 머랭도 있다. 아이스크림도 수제인가보네? 이것저것 달달한 것들을 담아 창가에 자리잡는다. 날이 흐려 시내가 내려다 보이지는 않지만 어제 바라본 오슬로의 아름다운 전경을 떠올리며 달달함에 취한다. 그러다 강한 커피향으로 추억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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