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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Oct 18. 2016

About 핀란드, Ruska! 헬싱키의 가을

Toolonlahti


노랗게 노랗게 물들었네

빨갛게 빨갛게 물들었네

파랗게 파랗게 높은 하늘

가을길은 고운 길


Ruska!

영어로 하면 Autumn tint 혹은 Fall color


노랗고 붉은 담요를 두르고 선 듯이 주위에는 온통 가을빛에 물들었다.


Toolonlahti

식물은 해가 짧아지고 기온이 낮아지면 잎자루에 떨켜( 단단한 세포층)를 만들며 겨울 맞을 채비를 한다. 이때 생긴 떨켜는 물과 양분이 잎으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데 이로 인해 나뭇잎이 떨어지기도 하고 노란 잎, 빨간 잎 고운 색을 갈아입기도 한다. 잎에 남아있는 엽록소가 햇볕에 서서히 분해되면서 녹색이 서서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가을은 창밖으로만 바라보면 여름인가 싶게 햇살이 강렬하다. 하지만 정작 밖에 나서면 겨울인가 싶게 공기가 차다. 덕분에 핀란드의 나뭇잎은 녹색이 사라지는 속도가 빠르다. 유난히 이곳의 가을색이 더 선명하고 화려한 까닭이다.
Toolonlahti, Finteresting.net에 오른 사진으로 전문작가가 찍은 사진 실제와는 조금 다른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핀란드 관광청뿐만 아니라 핀란드 관련 사이트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Toolonlahti 의 사진을 다양한 버전으로 소개하며 핀란드의 가을색을 뽐내고 있기에 내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자는 마음으로 가을방학을 맞이한 딸들과 단풍놀이에 나섰다.


핀란디아 홀과 핀란드국립 오페라극장 뒤로 큰 호수가 하나 있다. 그 호수를 빙 둘러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곳이 바로 핀란드가 자랑해 마지않는 헬싱키의 절경 중 하나이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푸른 숲이 우거지고 가을에는 가을옷으로 갈아입은 모양새가 참 아름답다.

생김새만으로는 갈대인지 억새인지 잘 모르겠지만 호숫가에 자라고 있으니 너는 갈대이렸다. 아름답다는 생각도 잠시 찬 공기에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들고 머리끝이 저린다. 나의 마음도 갈대


Finteresting.net에서 보았던 플로팅 판넬이 멀리 보이고 이제는 문을 닫은 카페가 겨울바람같은 가을바람에 얌전히 흔들리고 있다.

내손은 막손인가, 저 사진작가가 요술을 부린 것인가! 같은 장소맞는데 찍힌 모습의 차이는 전혀 다른 곳인것만 같다. 하지만 괜찮다. 내눈으로 본 풍경은 작가의 사진보다도 아름다웠으니까

가까이에 있는 카페로  들어가 몸을 녹인다. 여름에는 이곳 테라스에도 많은 이들이 추억을 담고 있었으리라


대략 10년의 연애기간끝에 각자의 새로운 짝을 찾아 떠난 내 친구는 말했다.( 남녀 모두 내 친구였고 그들은  신입생시절부터 사귄 캠퍼스커플이었다)


내 이십대가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것만 같아...


또 하나는 말했다.

십년간의 추억이 너무 많아... 잊을 수 있을까...


잊을 수 없어서였을까? 얽히고 섥힌 추억들을 마주할 수 없어서였을까? 그녀는 그렇게 학교와 관련된 모든 사람의 인생에서 사라졌다.


추억은 과거의 내가 지금을 나를 지탱해 주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붙잡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행복을 듬뿍 얹은 하루의 추억이 딸들과 나의 앞날을 아름답게 지탱해 주길 바라며...따뜻한 커피 한 모금을 머금어 본다.



헬싱키의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다른 장소들도 소개합니다


아래 사진 두 장은 아우라 강이 흐르는 투르크, 제가 살고 있는 동네의 풍경입니다. 딸들은 무뚝뚝하고 재미도 없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며 저리 곁에 머물며 걷곤 해요. 아빠가 멋지고 잘생겼다 하는데 딸 키우는 아빠의 재미가 이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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