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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Mar 08. 2016

핀란드의 점심 Fontana

Turku 나들이 아홉번 째

무릎 수술 후 혼자 외출할 만하다는 Mandana의 포스팅에 Social butterfly Susanna는 'It's time to have lunch together!'를 외쳤고 Karolina까지 모두 네 명의 아낙이 Fontana에서 모였다.


Fontana는 남편의 추천으로 처음 가본 곳으로 일요일 브런치가 상당히 마음에 드는 가게였다. 평일 11시부터 3시까지는 런치부페메뉴를 9.90€에 제공하는데 런치부페를 제공하는 경우 다른 메뉴는 주문할 수 없는 다른 식당들과 달리 10시부터 brunch plate를 주문할 수 있다.


특히 Fontana는 2013년 최고의 점심으로 선정된 바 있는 이름있는 식당이므로 한 번쯤 들러볼 만 하다. 음식의 맛과 질이 좋고 베이커리로도 유명한 명성에 걸맞게 디저트류도 다양하고 맛이 좋다. 물론 부페메뉴에 포함되어 있다. 줄을 서서 음식을 담는 동안 디저트 메뉴를 보면서 ' 저 케잌 좀 봐봐!!!' , ' 저거 우리도 먹을 수 있는거야???' ' 부페에 포함이야??!?? 오예~' 세 여인은 너나할 것 없이 강한 관심을 보인다.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메인요리를 제외하고 샐러드 메뉴만 가져왔다. 체중조절을 위해 빵은 생략하고 이후 과일 한 접시를 먹었다.

샐러드와 메인 고기 또는 생선요리가 나오고 스프, 차와 디저트가 모두 포함인데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다른 카페의 점심 메뉴 역시 9 ~ 9.90 € 인데 디저트나 과일 등이 부실한 경우가 간혹 있지만 Fontana의 경우 디저트까지도 만족스럽다.


가득가득 음식을 담아 온 우리는 세계여성의 날을 축하하자며 물잔으로나마 건배를 하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서로의 근황을 묻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날이 날이니 만큼 여성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로 올랐다. Mandana는 약 9년전 이란을 떠나 핀란드로 건너와 살고 있는 우리 중 유일하게 아랍권의 문화나 여성인권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존재여서 많은 질문에 답해 주며 분노했다.


핀란드에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시리아 혹은 기타 이슬람교를 믿는 국가의 사람들이 건너와 지내고 있는데 겉으로 보이는 그들은 종종 신체를 두르고 가리는 차림새때문에 본의아니게 호기심어린 시선을 받곤 한다. 가슴발육이 시작되는 시기가 되면 신체를 가리기 시작해야 한다고도 했다.


Karolina는 공공장소에서 목격한 일부 나라 남성들의 비인간적인 대우를 공유하며 자신의 아내이자 딸인 여성들을 같은 인간으로 대접하는 법을 엉덩이를 걷어차면서라도 가르쳐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우리 나라의 현실과 갈등에 대해서는 함구하기로 했다. 오래되고 복잡 미묘한 우리 나라의 남녀차별적 요소에 대해 정확하게 전달하고 이해시킬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지금도 고통받는 세계의 여성들을 위해 다시 한 번 건배를 할 뿐...


인도나 아랍의 비상식적인 여성차별 혹은 학대사건이 인터넷 기사로 오르면 항상 따라오는 불편한 댓글이 있다. 한국여성은 이보다 나은 대접을 받으면서, 군대도 안가면서 왜 징징거리냐는 비아냥... 오늘은 왠지 그들의 엉덩이를 걷어차 주고 싶은 날이다.


우리가 정신없이 수다를 떠는 동안 황홀한 장면을 연출해 주었던 디저트는 다른 손님들의 접시로, 입안으로 사라져 버렸고, 케잌을 대신하여 내놓은 초콜릿 무스, 딸기 무스가 너무 달아 두 번째 스푼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 화가 나서만은 아니다.


남성은 남성대로, 여성은 여성대로 각자의 책임과 의무가 있고 역할이 있다. 우리가 우리의 성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아닌 이상 우리는 서로의 삶의 무게와 고단함에 대해 우열과 경중을 가릴 수 없다. 존중하고 이해하되 요구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합리적 시정과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일방적인 차별이나 억압이 이루어져서는 안되는 문제다.


오랫만에 팬시한 카페에서 핀란드, 크로아티아, 이란, 한국의 여성이 모여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였다는 것은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여성은 그동안, 어쩌면 지금도 차별받고 있다는 것이다.


Fontana는 분명 추천할 만한 카페다. 공연한 나의 주절거림이 이 매력적인 식당에서의 식사를 계획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Torre 건물에서 Julinia입구를 지나  한 블럭쯤 동쪽으로 가면 전혀 마켓같지 않은 마켓 Kauppa halli가 왼편에 보이고 한 블럭쯤 더 가면 공영주차장이 보인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그곳에서 건널목 맞은 편이 바로 Fontana 입구이다


사진 오른쪽이 건물 코너인데 이 곳을 돌아들어가면 바로 입구가 보이고 건널목도 보인다. 사진의 차들이 향한 방향으로 내려가면 Torre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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