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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Nov 17. 2016

Hello again, Porvoo

같이 와도 좋구나

거기, 그 마을엔 언제 갈꺼에요?
엄마 혼자 갔던 곳!


큰 아이와 달리 작은 아이는 호기심도 많고 욕심도 많다.초콜릿을 내밀며 엄마 혼자 Porvoo에 다녀왔음을 고백한 순간부터 지금껏 잊지도 않고 자꾸 묻는다.


그래, Kerkkoo까지 왔으니 Porvoo에 나가보자꾸나

단풍옷을 입었던 가을의 Porvoo를 기억하며, 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눈덮인 Porvoo를 상상해 본다.


단풍은 낙엽이 되어 사라지고 가지만 남았다.노란 잎, 빨간 잎으로 가득했던 골목골목에는 눈이 쌓여 있다. 뽀드득 뽀드득, 눈 쌓인 경사길을 조심스레 내려가는 동안 아이들은 여기서 썰매타면 좋겠다고, 썰매들고 또 오자며 떠들어 댄다. 신이 난 모양이다.


눈썰매장을 따로 찾아가지 않아도 동네언덕 어디서나 썰매를 탈 수 있고 꽁꽁 언 호수에서 얼음썰매며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겨울의 나라, 핀란드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가 아닐까?


가끔 가방을 던져 둔 썰매를 끌며 눈길을 성큼성큼 걸어 등교하는 핀란드아이들을 보면서 쉬는 시간마다 나와 썰매를 타며 환하게 웃고 소리칠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곤 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어린이 또는 아이라는 단어에 자연스레 연상되는 이미지가 겹친다. 아이는 아이다울 때, 아이답게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한 법이다.


나는 나답게 살아야 행복할 터인데 사십년을 넘게 살고도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다. 아마 내가 그동안 살아온 지난 삼십몇년 동안 나다운 삶을 고민하기 보다 남이 볼때 멋져 보이는 나를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강가에 정박해 두었던 배들은 이미 다 옮겼나 보다.그도 그럴 것이 강이 꽁꽁 얼었다. 얼어붙은 강위로 또다시 눈이 내렸고, 그 위에 누군가의 발자국이 남겨져 있다.


엄마! 저기 누가 썰매 놓고 갔어요!

엄마! 우리도 강위에 걸어보면 안되나요?????


아빠랑 왔으면 어림없었겠지만, 강으로 가보자!


엄마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달리기 시작한다. 예쁜 뜨게 직물이 난간에 걸려 있던 다리를 지나 강으로 내려가는 입구까지 또 달린다.


어느새 저만치 달려 용감한 작은 아이가 먼저 강위에 첫발을 내딛는다. 강위에 서본 것은 처음이라며 싱글벙글 미소가 그치지 않는 모습을 보니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동네 한 켠 논두렁을 얼려 만든 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를 타다가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꼬치오뎅을 사 먹던 일, 한강에서 썰매타던 사촌오빠가 물에 빠져 온 가족이 놀랐던 일, 소소한 지난 날의 기억들이 조각 조각 떠오른다.


아이들은 다 자라 어른이 되면, 오늘의 저 강을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하다. 기억이란 참 재미있다. 아무리 유명하고 좋은 것을 보아도 본인에게 인상깊었던 엉뚱한 것을 기억하기도 하니 말이다. 실제로 딸 아이는 옐로우 스톤에서 올드페이스풀 간헐천을 본 것보다 어느 아이가 빠져 죽었다는 자리가 더 인상적이었는지 옐로우 스톤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 이야기를 한다. 그랜드 티탄에서 수영했지만 그 물이 빙하수였거나 말거나 잘생긴 미국 오빠들이 떠다니는  통나무를 옮겨 주어서 같이 뗏목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더 자주 한다. 프라하에는 스테이크 하우스엘 가야 해서 다시 한 번 더 가야겠고 바르셀로나에는 과일주스 마시러 가야 한단다. 칸쿤 여행은 매일 스무디 먹었다는 것으로 기억한다.키웨스트는 발가락이 하나 더 있던 헤밍웨이 고양이의 후손과 놀았던 기억이 가장 선명하다.


계절이 바뀌고, 딸들과 다시 찾은 Porvoo, 훗날 딸들은 어떤 기억으로 이곳을, 이 시간을 추억할지 궁금해 진다. 아무려면 어떠랴, 함께 한 소중한 시간이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다시 찾아간 수제 초콜렛 가게가 문을 닫고 수공예품 가게로 재오픈준비중이었다. 실망한 딸들을 위해 Porvoo의 또다른 유명 초콜릿 카페에 들러 달달한 시간을 갖는다.


PetriS chocolate room

(Handmade Chocolate and cafe)

Address : Ågatan 16, 06100 Borgå,


또다른 Porvoo방문기는 요기

https://brunch.co.kr/@lifeinfinland/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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