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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Feb 23. 2016

시간이 멈춘듯한 핀란드의 아침

일상은 행복인가, 굴레인가

세상에 태어나 40년을 꽉 채워 살고도 조금 더 살아온 지금의 모습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

두 딸아이 열심히 챙기는 똑순이 아줌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 넌 좀 아깝긴 하다...',' 일 그만두고 애들 챙긴다고 해서 누구나 너처럼 똑부러지게 챙길 수 있는 건 아니야' 라는 지나가는 위로의 말들도 더이상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더욱이 함께 일하던 남자동료나 선배들의 활약상을 접할 때면 나도 모르게 위축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페북 미워라~


일주일간의 짧은 방학이지만 아침시간 햇살이 비치는 침대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는 여유를 갖기엔 충분하다.

1층에 자리한 우리 부부의 침실 한 면은 통유리창이어서 커텐만 젖히면 이런 풍경이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핀란드로 이사온 지 약 6개월...

아직도 긴 여행을 하는 것인지, 이곳이 우리 집인지 실감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아마도 집이라 하기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같은 풍경때문이리라...


가족을 챙기고, 집안 살림을 하며 전투적으로 일했던 30대의 날들을 돌이켜 보면 일상은 전쟁이었고 투쟁이었다. 인생의 전투에서 물러선 나는 패잔병마냥 성공가도의 동료들을 부러워 하는 한 편, 아름답고 평화로운 일상에 감사를 느끼기도 한다.


아침마다 조급만 마음으로 아이를 채근하지 않아도, 몸 상태가 안좋은 아이를 보며 건강여부보다는 출근걱정을 먼저 하지 않아도 되는 마음의 여유가 아직은 고맙기 그지없다.


미국 생활 2년, 그리고 곧이어 시작된 핀란드 생활..

낯선 곳의 삶이 고되기도 하지만 일상에 감사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 생각된다


1층 데크에 쌓인 눈을 치우는 남편의 뒷모습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조금 더 젊고 기운넘치던 시절, 그의 어깨는 더 단단하고 야무졌었겠지만 이제는 어깨에 들어가있던 힘도 빠지고 근육도 풀려버린 듯하다.

 서로가 너무 바쁘고 지쳐 일상의 한 조각마저 나눌 수 없었던 지난 날에 비하면 지금은 일상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한결 여유로워 졌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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