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촛불집회
히트텍 내의도 챙겨 입었고 기모바지에 두툼한 오리털패딩, 털모자와 털장갑, 마지막으로 핫팩을 챙겨들고 나선다.
헬싱키 날씨를 살피다가 체감온도는 얼마나 되려나 혼자 가늠해 본다. 바람이 불테고 움직임없이 가만히 서 있으려면 꽤나 춥겠네... 딸들과 동행하려던 계획은 접는다. 니들 살아갈 세상은 엄마가 지켜주마
엄마, 박근혜 잡으러 간다.
점심에 미역국 데워 먹고 샌드위치 만들어 두었으니 간식으로 먹어. 숙제 다 하면 책읽고 있어, 엄마 저녁무렵엔 올꺼야
깜피광장
몇 안되는 교민이지만 촛불을 들고 한 마음으로 박근혜 퇴진을 외치노라
어제 저녁 남편을 통해 촛불집회 소식을 듣자마자 나는 몸도 마음도 이미 촛불집회현장에 가 있었다. 까짓 왕복 네 시간 운전이 대수랴, 커피 마시러도 가는 길인데... 추위가 대수랴, 일년 중 절반이 겨울인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 없이 방구석에 앉아서 욕만 하느니 차라리 나가서 얼어죽지
지난 번에는 몇몇 교민과 학생들이 헬싱키 대성당앞에서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는 보도를 접했다. 많지 않은 교민이고 체계적인 교민단체도 조직력도 없다 보니 알음알음 지인들이 모여 뜻을 모으고 있는 듯했다. 집회전에 소식을 들었다면 뜻을 보탰을텐데... 아쉬웠던 참이다.
헬싱키 대성당앞에는 오늘 크리스마스 마켓 오픈행사가 열렸다. 축제분위기가 한창인 광장을 바라보며 시리아 난민들이 모여 시위를 하고 있었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야 하는 그들의 처지나 침몰하는 국가를 지켜봐야 하는 우리의 처지나 침통하기는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강추위 속에 어린 아이도 박근혜 퇴진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유모차도 보인다. 딸들도 함께 올 걸 그랬나..좀더 서둘러 올걸 그랬나... 절로 몸이 움추려 드는 추위에 몇 안되는 이들이 머나먼 이국땅에서 촛불을 들고 선 모습에 절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다음 주에도 모인다고 한다. 다음 주에도 헬싱키에 와야 하나 보다. 절로 코끝이 얼고 발끝이 부서지는 기분, 추웠다. 정말 추웠다.
외국까지 나와서 추위에 떨며 피켓들고 싶지 않다! 에헤라 디야~ 좋은 구경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니들때문에 놀아도 노는 것이 아니고 신나지도 않는다! 빨리 내려와라
깜피광장은 깜피교회(Kamppi chapel)와 쇼핑몰이 있는 헬싱키의 또다른 중심가입니다.
대문사진은 한계레 보도자료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