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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Dec 14. 2016

곳간에서 인심나는 것 맞다

크리스마스 아이스쇼

크리스마스 아이스쇼를 앞두고 의상과 준비물을 챙기는 딸아이의 가방에 쿠키와 초코볼을 한 봉지씩 넣어 준다. 대기시간 동안 친구들과 나누어 먹기 좋게 작은 지퍼백에 조금씩 담은 간식이다.


딸들이 아주 어릴 적, 직장에 다니는 내가 오롯이 딸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주말뿐이었고 그마저도 2박3일 시댁나들이를 매주 하느라 온전히 주어지지 않았다. 내게는 너무 귀한 딸아이와의 나들이를 준비하며 나는 간식을 챙겨가곤 했다. 바깥에서 파는 음식이 어린 아이건강에 좋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고 영양, 맛, 위생 어느 하나 제 값을 하지 못하는 나들이장소의 바깥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뒤로는 바깥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아이들이 꽤 자랐음에도 여전히 도시락을 챙겼다. 그 버릇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딸아이들의 활동영역이 넓어지고 어울리는 친구들이 생기면서 조금 달라진 점은 도시락의 양이 늘었다는 것이다.


딸아이가 혼자 먹기에만 충분한 쿠키 두 조각을 들고간 어느날 딸아이는 친구 셋과 반씩 나눈 쿠키 반 조각을 먹고 돌아왔다. 저마다의 이유로 모든 엄마가 간식이나 도시락을 챙겨주지는 않는다. 이왕 챙기는 김에 넉넉히 챙겨 보내기 시작한 것이 딸아이들을 집단의 인기쟁이로 만들어 주는 긍정적 결과를 낳게 되었다.


2부에 배정받은 딸아이의 팀은 1부가 진행되는 동안 관중석에 앉아서 다른 팀의 공연을 관람했다. 가방은 대기실에 두고 갔을 테니 간식은 대기실에 있을게다. 이럴 줄 알고 내 가방에도 간식봉지를 챙겨두었다.  슬쩍 다가가 초코볼 봉지를 건냈더니 아이들 모두가 신이 났다.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빨리 초코볼이 내 차례까지 돌아오길 바라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1부공연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우르르 대기실로 이동한다.2부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쉬는 시간동안 딱히 할 일도 없거니와 아이들이 춥지는 않은지 이른 식사를 하고는 왔지만 저녁시간이 지난 지금 출출하지는 않은지 궁금해서 대기실로 향했다. 아이들 틈에 둘러쌓여 쿠키를 나누고 있다. 쿠키를 나눠 먹는 아이들 모두가 행복한 얼굴이다. 딸아이 팀과 다른 한 팀이 대기실을 같이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딸 아이 팀 인원에 맞는 쿠키를 준비했던 나는 쿠키를 좀더 구울껄 그랬나 후회를 한다.



쟤는 누군데 언니한테 달려들어 안기고 안고 야단인거니? 작은 아이에게 물으니 연습스케줄이 비슷해 함께 연습을 하는 같은 클럽의 다른 팀 아이인데 언니를 무척 좋아한다고 대답한다. 연습이 같은 날, 언니만 보면 달려와 안기고 반가운 체를 한껏 한다고 했다.


언니가 먹을 거 잘줘서 그런가?

뭐, 처음에 친해진 건 언니가 새콤달콤 줬는데 애들이 너무 맛있다고 놀랐거든요. 얼마나 호들갑을 떨던지 언니가 귀여워서 예뻐해 줬더니 그 뒤로 만날 안겨.


곳간에서 인심도 나고 인기도 나온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 Turku, Skating club Turku의 스케이트팀이 한데 모여 마지막 인사를 하는 모습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가부터 귀여움이 폭발하는 시기 4,5세 아이들, 짝궁의 손을 놓치거나 엉덩방아를 찧는 등 조금 엉성하지만 열심히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모두 박수를 보낸다.


관중석에서는 엄마미소, 아빠미소가 넘쳐나고 링크의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찾느라 눈이 바쁘다. 누구하나 행복하지 않은 이가 없으니 오늘도 참 소중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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