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의 편리함
딸아이는 지구상에서 한국의 초등학교가 제일 좋은 줄 안다. 잠시 다녔던 학교의 급식이 너무 맛있었다는 것이 그 이유. 미국공립초등학교의 급식은 질적으로 떨어지고 아니고를 판단하기 이전에 도시락을 싸주기로 결심했다. 말도 안통하고 친구도 없고 하루종일 멍하니 있으려면 힘들텐데 입맛에도 안맞는 급식먹느라 고생할 바에야 차라리 내가 부지런을 떨어 배라도 불리우자라는 심산이었다. 나보다 영어를 잘하게 되고 친구도 많아져 학교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한 번 싸주기 시작한 도시락을 멈출 수는 없었다.
핀란드학교에서는 누구나 같은 것을 먹어야 한단다. 물론 건강상의 이유로 특별식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를 허용하지만 평등교육의 정신아래 학교급식이 아닌 개인 도시락을 먹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 딸들은 점심을 굶다시피 하고 있다.현지식이라 딸들의 입맛에 안맞기도 하지만 딸들의 친구들 모두 입을 모아 호러블 쓰레기라고 칭하는 것을 보면 무상급식의 질적 저하라는 이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학교건물을 빠져나와 차에 올라탄 작은 아이가 유난히 힘이 없다. 배도 고프고 속이 비어 속이 울렁거리기까지 하다는데 핏기가 하나도 없고 상태가 안좋아 보이더라... 빨리 차를 몰아 집에 가서 뭐라도 해 먹이면 좋으련만 오늘은 하필 큰 아이가 한 교시 늦게 끝나는 날이라 여러 모로 시간도 촉박했다.
그래서 오늘은 인심쓰듯 근처 Hesburger에 데려갔다. 미국으로 치면 맥도날드쯤 되는 이곳의 패스트푸드점이다. kids menu에 해당하는 Ateria를 주문해서 맛있게 먹는 딸을 바라보다가 문득 매장안에서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했다.
으응? 세면대????
화장실도 멀지 않은데 굳이 매장안에 세면대가 있네??? 뭐, 감자칩 집어먹고 냅킨으로 닦는 것보다 물로 싹싹 닦으면 개운하기는 하겠다. 큰 아이는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는 경우 볼일을 마친 뒤 손을 씻고는 화장실 문의 손잡이를 잡지 않는다. 심지어 작은 아이는 공중화장실안에서는 말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유난스럽게 깔끔떠는 사람들은
(?: 나는 말도 하고 문도 팍팍 연다. 딸들은 아빠를 닮았나 보다. 이 아이들의 아빠되시는 분은 집에서 칩을 드실 때 봉지를 뜯은 뒤 큰 자기볼에 붓고 젓가락을 이용해 집어 드신다. 스뎅볼도 아니고 플라스틱볼도 아니고 꼭 포트메리온 오벌 볼에 부으신다. 이렇게 하는 까닭은 손에 묻는 것이 싫으셔서..이 양반아! 대충 먹고 손을 닦던가! 설겆이를 하던가!!!...)
손만을 씻기 위해 화장실을 가는 것이 껄끄러울 수도 있을 터
별 것 아니지만 있으면 편하긴 하겠구나
전자렌지????????????
펄펄 끓는 버거가 먹고 싶으면 데워 먹으라는 것인가? 마시던 커피가 식으면 데워마시라는 것인가??? 잘 모르겠다....아가와 함께 온 엄마는 버거를 드시옵고 아가의 이유식은 데워 먹이라는 배려인가? 왜 패스트푸드 매장 한 가운데에 전자렌지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뭐 있으면 편리하긴 하겠지?
콘센트????? 이 벽을 따라 배치된 모든 테이블에 콘센트가 설치되어 있다. 북카페도 아니고 노트북 들고와 전원꼽고 뭐라도 할 수 있겠다. 충전줄만 있다면 핸드폰충전도 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들고 와 꼽을 수 있겠구나...
딸아이가 라면스프같이 생긴 양념에 감자칩을 야무지게 발라 먹는 것을 멀뚱 멀뚱 구경하다가 먹고싶어져서 시선을 피하다가 발견한 몇몇 사소한 것들
이곳에서는 감자칩을 케찹보다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하고 요상한 라면스프같은 가루를 뿌려 먹는다. 감자칩을 주문해서 포장해 가면 소포잔 케찹은 안넣어 주고 작은 종이에 포장된 라면스프가루를 몇통 넣어준다. 딸이 이 가루를 안먹었으면 좋겠는데 야무지게도 골고루 펴발라 먹는다. 데리고 오는 것이 아니었어...
핀란드의 모든 패스트푸드점에 설치되어 있지는 않을 거에요... 매장이 생긴 시기, 주변 시설물, 주 이용객 등에 따라 다르겠지요. 이 매장은 도심이 아닌 주택가의 대형마트 건물에 입점해 있는 매장이라 관광객들은 들르지 않을 그런 매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