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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Jan 25. 2017

핀란드의 부엌이야기

핀란드 부엌에 꼭 있는 9가지

직업이 주부인데다 섭생이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믿으며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탓에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편이다. 나고 자란 한국, 남편이 공부하는 동안 살았던 미국 그리고 지금 핀란드의 부엌은 나라의 이름이 다르고 사람들의 생김새가 다르듯 부엌의 모습도 조금씩 다르다.


미국의 부엌에서 가장 신기하고도 편리했던 것은 음식물쓰레기를 내다 버려야 하는 귀찮음까지 완벽하게 갈아버리던 디스포져다. 랍스터 껍질이나 조개껍질처럼 돌처럼 딱딱한 것이 아니라면 수박껍질도 메론껍질도 드르르륵 갈아 씽크대 아래 저 멀리까지 배출해 주던 디스포져는 의욕만큼 부지런하지 못한 나에게는 신세계였다.


핀란드의 부엌에서도 눈이 동그래지고 엄지를 척 올릴 만한 것이 있으니 바로 설겆이후 올려두면 물기를 빼내주는 찬장이다.


핀란드의 찬장바닥은 물이 빠지는 구조라 설겆이후 물기가 덜마른 그릇을 올려두어도 물기는 개수대로 똑똑똑

나의 부엌 찬장은 이런 구조가 아니어서 한동안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Alison의 부엌에서 찬장을 보고 처음 알았다.


Susanna야!!!! 이리 와바!! Alsion 찬장 진짜 짱이야!


호들갑을 떨며 다른 잡채 재료를 준비하던 Susanna를 불렀는데 Susanna는 나보다 더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너 이거 처음 보니?


응, 우리집 부엌엔 이런 거 없어...


야, 니네 집 too 모던이라 그런가 봐, 핀란드 부엌엔 다 이런 찬장있어. 난 이거 없는 집, 니네 집 첨 봤다.


너도 있어?


응, 우리 엄마도 있고 동생네도 있고 다 있어.


오올! 대애박!


그뒤로 난 핀란드의 가정집 부엌을 구경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찬장을 열어 보곤 했는데 정말 우리 집 빼고 다른 집은 다 있더라...


가끔 핀란드에 관한 포스팅에서 핀란드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이라며 물빠지는 찬장 사진이 올라오기도 하고 핀란드의 부엌을 소개하는 글에도 빠지지 않고 이 찬장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보편적인 찬장이라 추측할 수 있다.


그밖에 핀란드부엌의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


Very Finnish Problem이라는 커뮤니티의 포스팅을 통해 핀란드의 부엌을 살펴 보자.


핀란드의 유명 작가 토베얀숀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무민은 핀란드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캐릭터다. 무민은 인형이나 열쇠고리, 리플렉터 등 모든 물건에 이미지가 새겨지곤 하는데 그중에서도 무민이 그려진 머그컵은 집집마다 꼭 있는 아이템이다. 미국의 코렐처럼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주방용품 브랜드 이딸라, 이딸라매장이든 마켓이든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을 뿐더러 십유로 초반의 저렴한 가격으로 머그를 구매할 수 있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상에 아기자기 무민의이야기를 그려넣은 머그를 십 수가지 선보이고 있다. 큰 비용이 아니어도 동화처럼 예쁜 무민 캐릭터 컬렉션을 갖출 수 있으니 이만하면 합리적인 수집이다.


언제나 구매할 수 있는 일반디자인무민컵 외에 해마다 스페셜아이템으로 한 가지씩 생산되는 무민컵을 한 해에 하나씩 모으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마켓의 이딸라 그릇 진열대, 가운데 알록달록한 머그기 모두 무민 머그

비닐봉투는 빠지지 않고 핀란드 부엌이야기에 나오는데 솔직히 특별한 이유를 모르겠다. 미국의 비닐봉지에 비하면야 튼튼하고 매장마다 다양한 비닐봉지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한국에 비하면 특별할 것이 없다.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했어도 비닐봉지에 담으려면 일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사야하기 때문에 장바구니를 주로 이용한다. 다만, 한국과 다른 점은 별도의 쓰레기봉투가 아닌 일반 비닐봉지에 쓰레기를 담아서 내다 버려도 된다는 점이다. 물론 쓰레기를 담아 버리는 용도의 비닐봉지를 따로 팔기도 한다.

전 세계에서 커피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가 핀란드라 하니 핀란드의 부엌에는 항상 커피가 준비되어 있다. 마트에는 입맛대로 커피콩을 고른 뒤 갈아서 가져갈 수 있도록 진열대 한 켠에 커피콩 가는 기기가 비치되어 있기도 하다. 이미지에 보이는 저 커피가 일반적인데 한국인 입맛에는 쓰고 시큼하다고 느껴진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때는 한국의 집집마다 777손톱깎이가 있었다. 그것처럼 핀란드에는 Fiskars라는 브랜드의 가위가 집집마다 있다고 한다. 핀란드는 인구가 적어 시장규모가 매우 작다 보니 많은 분야에서 독점기업체제를 유지한다. 아마도 그 결과 가위는 모두 이 브랜드를 쓰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핀란드는 기후탓에 식재료가 다양하지 않아 음식문화가 덜 발달했다. 그래서 부엌에서 할 수 있는 요리는 감자를 삶거나 연어를 굽는 일, 그리고 빵을 굽는 일이다. 핀란드에는 어마어마할 정도로 다양한 빵의 종류가 있는데 이곳의 기후와 환경만큼 척박한 빵이다. 프랑스의 베이킹이 달달하고 맛있는 디저트까지도 발달했다면 핀란드의 빵은 끼니를 위해 발달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인건비가 비싸다 보니 핀란드의 주부들은 구워진 빵을 사는 것보다 직접 굽는 쪽을 택한 듯 하다. 내가 아는 모든 핀란드 아주머니들은 빵굽는 장인들이다.

일전에 미녀들의 수다로 유명했던 따루씨가 우리집에 놀러오면서 블루베리파이를 구워왔었다. 핀란드 남동쪽에 위치한 친정에 놀러갔다가 블루베리를 많이 따왔다는데 직접 딴 베리로 구운 것이라며 아직 얼려두기 전의 베리로 만든거라 매우 신선할 것이란 말을 덧붙였다.


핀란드는 일조량이 충분하지 않아 과일이 자라기에 적한한 기후가 아니다. 그래서 과실류로는 사과와 베리류만이 생산되는데 그래서인지 베리를 이용한 다양한 베이킹이 발달해 있다. 베리 수확철이면 직접 베리를 따서 차곡차곡 냉장고에 얼려 보관한다. 마치 봄이 되면 매실을 설탕에 절여 독에 담아 두거나 감을 깎아 말려 곶감을 만드는 우리네 어머니들처럼 말이다.


물론 요즘은 마트에서 얼린 베리를 사다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마트의 냉동칸 한 켠은 모두 베리가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마치 우리 나라 마트 한 켠에 고추장 된장이 가득한 것과 비슷하다. 한때는 집집마다 직접 장을 담궈 먹었을 텐데 말이다.

IKEA는 스웨덴 회사지만 스웨덴과 핀란드는 나란히 이웃하고 있는 이웃나라인데다 스웨덴의 오랜 통치를 받았던 과거가 있기 때문에 스웨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게다가 밀착형 생활용품은 무엇이든 다 판매하는 IKEA! 매장도 많고 사람들도 자잘한 살림살이를 IKEA에서 많이 구매한다.


실제로 나와 Susanna는 비슷한 시기에 핀란드로 해외이사를 했는데 몇달간 안부인사를 주고 받다 보면 늘 나오는 말이 IKEA 다녀왔다 또는 IKEA 가야해라는 말이었을 정도로 이사초기에는 IKEA에 자주 다녔다.


이딸라만큼 사랑받는 핀란드 브랜드 마리메꼬, 무슨 사연으로 강남아줌마 앞치마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핀란드에 여행오시는 많은 분들이 선물용으로 마리메꼬 앞치마나 주방장갑 등을 구입한다. 물론 나도 쓰고 있다.


한국의 매장에서 구매하려면 십만원 가까운 금액이라 하는데 이곳에서는 절반 가격이니 여행온 아주머니들이 열심히 사가실만도 하다. 게다가 컵이나 다른 제품처럼 무겁지도 않고 깨질 우려도 없으니 더욱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도 마리메꼬 세일기간에 열 장 넘는 앞치마를 선물용으로 사두었다.





Susanna의 표현에 의하면 too 모던한 나의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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