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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Feb 10. 2017

화창한 날의 국수 한 그릇

끝없을 것만 같던 겨울의 어둠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바다마저 꽁꽁 얼어붙을 정도로 춥지만 햇빛이 쏟아지는 화창한 날이 계속 되고 있다. 부동항을 얻기 위해 세를 넓히고자 했던 러시아의 욕망으로 러일전쟁이 발발하게 되었다던 세계사 시간의 건조한 지식이 핀란드에 살면서 생명력을 얻어 소생하고 있는 셈이다. 진짜 바다가 얼어붙는구나...


지난 주까지 봄날씨처럼 포근하다며 이곳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기온에도 얼어붙은 바다는 좀처럼 녹지 않고 여전히 그 세를 뽐낸다. 이번 주부터 영하15도 아래로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춥다고 호들갑을 떨기는 커녕 이제 슬슬 추워지는구나 한 마디 무심히 던진 뒤, 늘 하던대로 쉬는 시간 아이들을 내몰아 바깥 공기를 느끼게 하고 체육시간에는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긴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산책하는 젊은 엄마들은 유모차대신 썰매에 아기를 태우고 끌며 걷기도 한다. 한 손에는 썰매끈을, 다른 한 손으로는 아징아장 걷는 우주복 입은 아가의 작은 손을  붙잡고 바람까지 가세해 체감온도 영하 20도아래로 내려가는 이곳의 하얀 길을 햇살이 마냥 즐거워 행복한 산책을 한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창 너머로 보이는 행복한 일행과 손인사를 주고받다가 부스스 일어서 멸치육수의 간을 살피고 노릇노릇 구워진 녹두전을 조심스레 뒤집는다.


"언니~ 저 따룬데요. 내일 시간되시면 저희 집에 식사하시러 오세요!"


스키장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데 문자가 한 통 도착했었다. 날짜를 대충 계산해 보니 따루씨의 공주님 백일즈음이다. 아마 딸들은 오후까지도 스키를 즐길테고 차로 몇시간 달려가면 식사시간까지 도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전에 상황설명을 구하고 양해를 구하긴 했지만 식사도 끝나고 티타임까지 끝난 다 늦은 시각에 들러 준비한 선물을 내밀었다. 때맞춰 오지 못한 손님인데도 맛보시라 이것저것 작은 접시에 준비해 다시 내놓는다. 미안하게스리...


날씨도 추운데, 시간날 때 우리집 와서 국수나 한 그릇 먹고 가요~

국수 좋지요~~~!


이런 저런 핑계김에 마련된 오늘의 국수 한 그릇, 마침 햇살도 좋아 국수가 더 맛있으려나


우리집 부엌과 다이닝룸에는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여전히 바다가 얼어있고 하얀 눈세상이지만 햇살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봄이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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