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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Feb 12. 2017

깊은 오후 달콤한 마카롱

계란 흰자와 설탕을 섞어 머랭을 치는 순간에도 이게 뭔짓인고, 내가 왜 이걸 시작했을까 후회가 밀려 온다. 베이킹을 하면서 가장 많은 실패를 맛보아야했던 공포의 그것을 위해 거품기도 없이 팔이 떨어져라 머랭을 친다.


엄마~~~ 오늘 간식은 뭐주실꺼에요~~~?


오전에 견과넣은 초코빵 구웠는데 그거 줄까? 다 식었을꺼야...


요즘 만날 견과넣은 빵만 주셨쟎아요, 마카로오옹 안될까요????


파리여행 후 딸들은 마카롱, 마카롱 노래를 불렀지만 좀처럼 맘에 들게 완성되는 법이 드문 마카롱만들기는 선뜻 시작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거품기마저 고장나 수동으로 머랭을 쳐야 하니 시작도 하기 전에 팔이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다.


기계류는 그 품목을 막론하고 남편이 골라야 군말이 없다. 남편과 주방가전매장에 들르기 전까지는 머랭을 치지 않으리 생각했지만 작은 아이의 애교에 이렇게 주저앉아 차가운 볼을 끌어 안고 머랭을 치고 있는 것이다.


짤주머니쓰는 것도 씻어서 두려면 귀찮아 어지간하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인데 적당한 크기와 모양의 마카롱을 만들려면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심호흡을 하고 하나부터 다섯까지 센 뒤 짤주머니를 눌렀던 손의 힘을 거둔다. 초코 한 판, 라즈베리 한 판, 그린티 한 판, 마지막으로 에스프레소 한 판을 짜내고 오븐에 넣어 굽는다. 이틀 뒤면 발렌타인 데이라서 실패없이 완성한다면 선물용으로도 쓰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조금 번거롭지만 색상별로 준비했다.


자세한 정황을 모르는 딸아이는 그저 행복한 모양인지 싱글벙글 웃으며자꾸만 엄마곁을 오간다.


핑크색부터 먹어야지~ 엄마, 망고맛은 없어요? 망고맛 맛있던데...


없다! 저리 가있어, 이 여우야~!


언제 다 되는데요?


오븐에서 꺼내면 한김 식히고 안에 크림이랑 쨈을 넣어줘야 해...


쨈넣는거 저도 하면 안되요?


너 먹을 건 네가 해 보렴


큰 아이와 달리 요리를 하거나 빵을 굽고 있으면 어떤 재료를 넣는지 어떻게 칼질하는지 하나하나 물어보고 적어두기도 하는 아이다. 해볼만 하다 싶으면 곁에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제 손으로 조물락 조물락 해보는 둘째, 큰 아이처럼 진중한 맛은 없지만 호기심많고 애살이 많아 여우짓도 곧잘 하는 우리집의 귀염둥이


한 바탕 시끄러운 부엌의 이야기가 사그러지고 어느덧 오후도 깊어졌다.


얘들아, 차 한 잔 하자꾸나!


       우리 모녀의 그윽한 오후 티타임이야기

                  선물용으로 포장한 마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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