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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Feb 27. 2017

가족중심의 삶을 지지하는 사회

이주 뒤에는 꽃망울이 필거라는 소식이다.

물론 내가 사는 곳이 아니라 멀리 한국의 이야기다. 끊임없이 눈이 내리고 등굣길 기온은 영하 십도 아래로 뚝 떨어져 있는 이곳에서 봄은 아직도 멀기만 한 남의 이야기


Ski break라고도 부르는 Winter break의 끝자락인 지난 일요일, 실내수영장을 중심으로 하는 체육시설들이 일제히 무료 오픈을 했다. 특정 회사의 프로모션이자 사회환원의 일환이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실내수영장으로 향했다. 같은 건물에 위치한 gym도 무료라기에 내가 다니는 gym으로 가지 않고 아이들이 수영을 즐기는 동안 나는 간단한 운동을 했다. 물놀이를 할때마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둘째가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나올 것을 대비해 조금 서둘러 카페테리아로 나가 기다렸다. 홀 전체에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고 수영장 내부가 훤히 내려다 보여 아이들만 들여보내 놀기에도 좋다. 물에서 노는 가족들을 바라본다. 한 두살 아가부터 딸들처럼 큰 아이들까지, 그리고 그들의 엄마, 아빠가 한데 어우러져 즐거운 모습이다.


그 너머로 눈덮인 언덕이 보이고 썰매를 타는 아이들이 보인다. 조금 큰 아이들은 썰매를 타고 언덕에서 내려왔다가 썰매를 끌고 다시 언덕으로 힘차게 오른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엄마,아빠가 썰매에 태워 끌어 주며 눈쌓인 어느 휴일의 한때를 즐기고 있다. 별달리 썰매장을 찾아가지 않아도 동네 어디든 언덕만 있으면 썰매를 타고 즐길 수 있는 곳이라 부럽고 엄마도 아빠도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즐기는 이곳의 분위기도 부럽다.


     수영장건물 뒤 언덕에서 썰매타는 아이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자연환경이 가까이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가족단위의 삶을 중시하는 이곳 사람들의 삶의 태도가 인상적이다. 이런 삶의 태도는 사회 시스템으로 완성되는데 양성평등에 기반한 양육, 법정노동시간의 보장, 어린이양육지원 등에 대하여 오랫동안 고민하고 개선해 온 결과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는 어린이요금이 무료이거나 가족요금제를 통해 어른 둘과 여러 명의 아이가 올수록 유리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나의 경우에도 어른입장에서는 흥미가 떨어지는 아이들을 위한 관람에 엄마아빠 두 어른의 요금을 내기가 망설여져 바쁘고 피곤한 아빠는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나는 아빠가 없어도 씩씩하게 집을 나서는 엄마였으니 관람이 가능했던 것이다.


엄마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가나 아빠가 같이 가나 요금이 같다면 아무래도 아빠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에 함께 가는 것을 택하게 된다. 아빠는 바쁘지만 가족이고 아이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을 지켜볼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이런 작은 차이가 가족관의 관계를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것 같다. 핀란드에는 실내놀이터 개념의 어린이체육시설도 많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놀이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아이가 노는 동안 아이를 챙길 목적으로만 입장할 어른에게는 무료입장 팔찌를 채워준다. 몇시간이고 아이가 놀아도 편안하게 아이를 기다릴 수 있는 공간도 남아돌 정도로 충분하게 마련되어 있다. 간식거리를 챙겨와서 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으며 카페테리아의 가격도 합리적이다. 바깥음식이 미덥지 않아 도시락을 챙겨들고 다니는 나로서는 이런 테이블이 얼마나 반갑고 소중한지 모른다.


간식거리를 챙겨들고 아이가 노는 동안 읽을 책 한권만 있으면 아이의 입장료만으로 하루종일 신나게 놀 수 있다. 아빠와 함께라면 책대신 부부간의 대화도 가능하다. 데이트가 별것있나, 차마시며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데이트가 될 수 있는걸!


가족나들이 한 번 하려면 적지 않은 돈을 들이고도 진을 빼야 하는 오래전 한국에서의 기억이 새삼스럽다.



봄은 멀었건만 야외에서든 실내에서든 가족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아무런 부담이 없는 이곳, 이곳에서의 삶이 향기롭고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이다.





실내 클라이밍 센터

아이들이 클라이밍을 즐기는 동안 부모들은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쇼파에 앉아 아이를 바라보며 기다린다. 아빠들이 많은 것도 인상적이다. 물론 부모가 원하면 입장료 없이 안에 같이 들어가 아이를 챙길 수도 있다.


Super park체험관

대형 쇼핑몰 안에 Super park라는 실내체육관의 체험관이 마련되어 있고 맞은 편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준비되어 있다.


실내빙상장

같은 쇼핑몰 안에 실내 빙상장이 있다. 역시나 아이들 기다리기 적당한 장소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Fun park

북유럽 최대 규모의 실내놀이터라고 한다. 어린 아이들을 위한 작은 사이즈의 놀이기구부터 어른들도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한 자리에 갖추어져 있다. 대형 쇼핑몰 안에 위치하고 있어서 필요한 경우 쇼핑을 할 수도 있고 마트에서 장을 볼 수도 있다.



실내 골프장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실내 미니골프장이다. 홀에 공을 넣으면 불빛이 반짝이고 인형들이 춤을 추거나 유령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 반대편에는 케주얼한 펍과 파티에 적당한 룸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간 모임을 하기에 좋다. 가족 단위로 모여 어른들은 가볍게 맥주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은 골프를 즐기며 놀 수도 있다. 볼링장 카페테리아에서도 간단한 음식뿐만 아니라 맥주를 판다. 가족 모임을 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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