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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Mar 06. 2017

좋은 엄마

어린이집 선생님은 아이들의 부모님을 직접 만나보지 않더라도 그 부모의 세세한 성격이나 버릇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끼리 서로의 엄마,아빠 이야기를 주고 받기 때문인데 아이가 어릴수록 세상의 전부가 가족이고 부모이다 보니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의 내용 대부분은 부모님이야기로 채워지기 쉽다. 게다가 부끄러움과 민망함에 대한 기준이 어른과 달라 남에게는 감추고 싶은 엄마, 아빠의 행동과 습관이 아이의 입을 통해 세상에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이 아빠를 묘사할 때 방구소리가 엄청 크다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엘레베이터에서, 주차장에서 점잖게 인사하시는 누군가의 아버님은 천둥방구쟁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이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좋은 엄마, 좋은 아빠에 대한 기준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 엄마는 맛있는 것을 많이 해주시기 때문에 좋은 엄마지만 만날 공부를 시키니까 페어하고, Aida는 엄마가 맛있는 것을 엄마만큼 주시지는 않지만 공부를 안시키고 스마트폰으로 게임도 하게 허락하시니까  Aida도 페어해요.


그게 무슨 소리니?


아, 오늘 친구들이랑 엄마얘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Katie가 막 화냈어요.


Katie가 왜? Katie 엄마 상냥하고 좋으시쟎아.


Katie엄마는 너무 헬씨푸드만 주시고 맛있는건 잘 안주시쟎아요. 프린세스 뿔라도 맛을 못봤다쟎아..게다가 호박으로 스파게티면을 만들어서 주시니까 당연히 싫겠지.


Katie도 공부를 많이 하진 않쟎아?


Katie네 엄마도 게임을 못하게 하쟎아요. 우리 반에서 게임안하는 사람은 Katie와 나뿐인걸...만화책도 못보고


그건 Katie엄마가 좋은 분이라 그래. 귀찮고 번거로워도 아이의 정신과 몸을 건강하게 키우시려고 애쓰는 거쟎아. 스파게티면 사다가 끓여주면 될 것을 호박으로 면까지 만들려면 얼마나 힘들겠어


그래서 나랑 Aida가 Katie엄마는 너희를 잘 케어하시니까 너도 페어한거라고 이야기했더니 아니라고 막 화난 척 했단 말이에요.


아이들의 기준으로 볼 때 좋은 엄마는 게임도 적당히 허락하고 몸에 좋지 않은 달콤한 것이나 패스트 푸드도 허락하면서 공부는 가급적 안시키는 엄마인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 아이들처럼 마냥 공부를 안시킬 수는 없으니 맛있는 거나 계속 만들어 줘야 겠다. 좋은 엄마되기 참 힘드네...


요 근래, 어쩌다 보니 다이어트는 산으로 가버린 시기가 되어 버렸다. 쉐이크로 만들어 저녁식사대용으로 먹으려 사다 둔 바나나 몇 개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거뭇거뭇해진 채로 방치되어 있길래 찹찹찹 으깨서 타르트 필링으로 쓰기로 했다. 어중간하게 쓰고 몇 조각 남아 굴러다니던 제과용 초코렛을 녹여 휘리릭 섞어 초코바나나타르트를 구웠다. 아몬드 다져서 휘리릭, 마지막 남은 바나나 까만 얼룩옷을 벗겨 조심스레 얹어주니 못난이 얼룩바나나가 아니었던 것마냥 봐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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