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초콜렛을 넣은 초코푸딩
1999년 콜럼바인고교 총기 난사 사건
대략 이십여년이 지났지만 세기말의 혼란과 맞물려 맞닥뜨린 당시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총기사건을 일으킨 두 학생 중 하나인 딜런의 엄마가 쓴 글이다. 아들을 변명하고자 쓴 글도 아니고 내 아들은 엄청난 짓을 저질렀지만 난 엄마로서 나쁘지 않았다고 항변하는 글도 아니다. 아들이 저지른 끔찍한 일과 아들의 죽음을 동시에 받아들여야 했던 엄마의 눈물겨운 여정에 치우쳐 있지도 않다.
우리가 엄마로서 부모로서 우리 심리, 정서, 이 책에서는 뇌건강이라 부르는 혼란의 청소년기 자녀들을 상태를 보다 명확하게 들여다 보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저자인 딜런의 엄마 수 클리볼드는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아이와 소통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해 왔던 나는 이 책을 통해 좀더 아이를, 구체적으로는 '아이의 혼란과 아픔을 잘 살필 수 있게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 속에 책을 펼쳤다.
어처구니없게도 나는 책의 도입부분, 딜런의 가족과 가족이 살고 있는 콜로라도의 어디메 평화로운 마을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도 방향을 잃었다. 콜로라도의 경치와 그 산줄기, 물줄기를 바라보며 느꼈던 당시의 내 감상이 온전히 책 한권에 조차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콜로라도는 그토록 강렬했다.
왜곡된 기억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브래드 피트의 인생역작이라고 여기는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이 콜로라도여행과 겹치며 딜런의 이야기도 어머니의 이야기도 내게 담을 수 없었다. 왜곡된 기억이라 하는 것은 흐르는 강물처럼의 배경과 촬영지는 콜로라도가 아닌 탓이다.
록키산맥을 타고 내려오는 맑은 물줄기와 너무 거칠어 과하지 않을 정도로만 우뚝 솟은 산세가 청명함 그 자체였던 그 푸르름속에서 캠핑을 했었다. 미국 자동차여행을 다니면서 만났던 경이로운 대자연의 위용과는 또다르게 나를 반기듯 감싸안는 거대함이었고 그안에서 평화와 행복을 느꼈다.
평화와 행복의 기억이 이토록 강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람과 동시에 자꾸만 흐트러지는 집중력을 붙들어 매가며 책 한권을 겨우 읽었다. 내가 콜로라도 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딜런이 살았던 마을을 그리며 상념에 잠기기 보다 그의 엄마가 전하는 메세지에 귀를 기울였을 지도 모른다.
엄마! 초코푸딩 먹고 싶어요, 다음에 꼭 해주세요!!!
어려운 것도 아닌데 한참 전부터 초코푸딩을 먹고 싶다는 작은 아이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시럭 부시럭 재료를 챙겼다.
아차, 제과용 초코렛 몇 조각 남은 것을 주말에 다 써버렸구나...
아쉬운 대로 남편이 사다 두고 먹다 만 다크초코렛을 몇 조각 넣었다. 다크 초코렛의 강렬함이 오늘의 초코푸딩에 독이 될런지, 묘하게 잘 어울려 줄런지 딸의 이야기를 들어 보아야 겠다.
냄비에 우유를 보글보글 끓이다가 불을 약하게 줄인 뒤 초콜릿 뭉떵뭉떵 잘라 넣고 코코아가루와 젤라틴 넣고 휘리릭 저어 그릇에 담아 식혀주면 탱글탱글 초코푸딩 완성, 좀더 일찍 불을 줄였어야 했는데 잠시 딴짓을 하느라 보글보글 거품이 생겨 버렸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맛이나 있었으면 좋겠구나
이렇게 간단한 걸 왜 안해준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