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스 Mar 05. 2017

문득, 황금빛 햇살

봄이 오는 길목에서 저멀리 봄을 바라보다

저녁준비를 하려다 말고 멀리 창밖을 바라본다. 해가 질 무렵이 너무 아름다운 우리집의 늦은 오후 경치는 매일 보아도 질리지 않고 경이롭다. 남중고도가 낮아 더욱 강렬한 핀란드의 햇살은 낮고 먼 저곳에서 황금빛 화살마냥 달려와 꽂힌다. 화살처럼 쏟아져서 햇살이라 부르는 걸까?


황금빛, 황금빛, 황금빛, 황금빛 화살

진부해서 다른 말을 찾고 싶지만 이보다 더 어울리는 빛깔의 이름을 인간의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아니, 나의 부족한 언어로는 어렵다.


핀란드의 3,4월은 봄이기도 하고 봄이 아니기도 하여 긴 겨울동안 봄을 기다려 온 이들을 애태우는 계절이다. 화창한 어느날 창밖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눈부신 햇살이 봄인척 유혹하지만 정작 밖으로 나가보면 매서운 찬 공기에 몸이 움츠러드는 멀리서 보면 봄이요, 가까이 다가서면 봄이 아닌 도도한 녀석이다.


혹시나 봄이 오려나, 황금빛을 닮은 주황색 노란색 꽃을 한 다발씩 사다 화병에 담았다. 이 계절에는 왠지 붉은 장미보다 노란 꽃이 더 화사하게 느껴지고 주홍 꽃이 더 상큼하다.


창가에 둔 주홍꽃이 햇살을 받아 빛난다.                                          너무도 빛이 난 나머지 형체마저 흐트러진다.
노란 꽃은 노란 티타임, 삐악삐악 봄빛



집안 구석구석까지 황금빛으로 물든 주말 오후, Gemma가 꽃다발 하나를 보내왔다. 아마 프린세스 뿔라를 보냈던 것에 대한 답례이리라... 그냥 받아도 되는데 나의 호의에 잊지 않고  인사를 한다.

Gemma, 너의 마음도 미소도 봄이로구나


Gemma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그녀의 선택도 주홍

주홍빛 꽃다발에 봄을 부르는 주문을 담았는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의 이름은-정체불명의 음식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