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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Mar 10. 2017

딸기! 봄을 기다리며, 추억하며

3월은 3월이로구나,

파우더 같은 눈가루가 흩날리는 것을 보니 말이야


포근한 솜이불을 덮고 누운 듯했던 지난 나날들과 달리 뽀얗디 뽀얀 명주천을 두른 듯 보였던 어제, 이렇게 기다리노라면 봄이 오겠거니 마음 한 구석에는 이미 봄의 싹을 틔웠다. 비록 오후부터 휘몰아친 굵은 눈발에 조심스레 틔운 싹이 흔들리고 있지만 이또한 과정이리라


어느 하루가 이토록 기다려졌던 적이 있던가

그저 수많은 날들 중, 다가오고 떠나가는 하루 하루의 일상이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부터 꾸역꾸역 차올라 고개를 내민다. 조금만 더 빨리 와줄래?


어느 하루의 역사적인 아침,
환희에 찬 미소가 넘쳐나는 우리의 봄날

봄을 기다리자니 봄을 추억하게 된다. 아직 걸음이 어설퍼 밭고랑 사이를 분주히 오가다가도 쿵쿵 넘어지곤 했던 작은 아이는 흙 묻은 궁둥이를 털어낼 새도 없이 걸음을 옮기고 손을 뻗었다. 탐스러윤 딸기 한 알을 겨우 움켜 쥘만큼 작은 손을 대차게도 뻗어 내 야무지게 떼어 낸다. 딸기 농장 주인아저씨께서 내어 준 스티로폼 박스에 담기 보다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 더 바쁘고 즐거운 모습이다. 최대한 예쁜 녀석으로 많이 담아 가져가려는 엄마는 눈앞의 빠알갛고 탐스럽게 매달려 있는 딸기를 먹을 새 없이 손만 바쁘다.


엄마, 아~~~


밭에서 갓 따올린 딸기보다 더욱 싱그러운 미소의 아이가 딸기를 내민다. 어서 먹으라는 듯이 입을 오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출근이 급해 마음 바쁜 엄마가 아침밥을 떠먹이며 끄덕이던 그 고갯짓 그대로 옮겨왔다.


그래, 아~~~~


참새새끼 마냥 입을 벌린 엄마에게 딸기를 내밀며 리듬을 탄 우리의 주문을 외운다.


예쁜 입을 쫙! 예쁜 입으로 쏙!


다 자란 지금도 이 주문을 기억하는지, 맛난 것 먹을 때마다 다이어트 걱정에 입에 대지 않는 엄마를 향해 한 입 내밀며 딸 아이는 주문을 외운다.


엄마, 이거 진짜 맛있는 걸??? 한 입은 괜찮아요! 맛있으면 0칼로리래요.

자아아아, 예쁜 입으로 쏙



싱그러운 추억 한 조각, 딸기 한 조각


이곳은 딸기가 비싸기만 할 뿐 맛이 별로 없다. 베리의 나라라면서 정작 스트로베리는 꽝이라 베이킹을 할 때는 냉동딸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딸기만 몇 만원어치 퍼 부울 수는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장식으로 얹어 주는 딸기는 생딸기를 쓰기도 하지만 오늘은 딸기를 담뿍 담은 타르트를 만들 테니 냉동딸기를 부시럭부시럭 꺼내 본다.


크림치즈 한 덩이, 딸기 요거트 하나를 볼에 붓고 치즈 덩어리가 사라질 즈음까지 휘리릭 저어 준다. 생크림도 조금 붓고 살짝 녹인 냉동딸기를 손에 쥐고 주물주물 쥐어 가며 볼에 뿌려 준다. 너무 으깨면 식김이 살지 않고 너무 약하게만 쥐어 주면 딸기들이 굴러 다니기 때문에 적당히 씹히면서 필링 속에 퐁당 어우러지게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필요한 만큼만 힘을 주어야 한다.


저기  푸른 집에 계신 그 분은 어떤 맘일까?

내 맘도 이리 뛰는데 말이지.....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건 우리네처럼 평범한 사람이건, 심지어 냉동딸기조차도


과하면 아니되고 부족해도 또한 아니 되건만, 사람은 너무 부족하셨고 행위는 지나치게 과하셨으니 이제 심판을 기다리세요. 제발 마지막이라도 아름다우시길 바란다면 내가 돌은겐가?


그러거나 말거나 타르트는 속절없이 너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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