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스 Mar 11. 2017

새벽 네 시

공갈빵을 채우며

새벽 네 시

공교롭게도 한국의 오전 열 한시는 이곳의 새벽 네 시다. 안자고 기다리기도, 일찍 일어나 채비하기도 애매한 새벽 네 시


그러려니 하지만, 혹여나

떨리는 마음으로 뒤척이느라 잠 못 들고

아침까지 푸욱 잠들지 못해 새벽녘에 어슴프레 잠이 깼다.


파면한다

파면한다

파면한다


멍한 상태에서 달려드는 '파면한다' 이 한 마디가 어찌나 묵직한지 깊은 우물을 마주하듯 가슴이 끝 간데 없이 내려앉는다. 눈을 감으면 촛불이 일렁이고 물결이 된다. 감사합니다.대한민국


중국식 호떡이라고도 하는 공갈빵, 그냥 보기에는 빵빵하고 큼직한 것이 먹고 나면 제법 배가 부르겠구나 싶지만 한 입만 베어물어도 속이 텅 빈 공갈임을 이내 알 수 있다. 경제성장을 이룩했다는 아버지의 후광은 공갈이었고 그녀는 속이 텅빈, 심지어 썪어문드러진 앙금이 가득한 공갈빵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공갈빵만큼은 아니지만 손가락으로 꾹 눌러보면 겉보기와 달리 성글고 안이 비어 있는 핀란드의 빵이 있다. 따뜻할 때 베어 물면 씹는 맛이 고소하지만 거칠고 딱딱해 두고 먹기엔 적당치 않다. 따뜬할 때 먹고 남은 핀란드식 공갈빵에 빵빵 구멍을 뚫었다.


달걀에 녹인 버터, 소금과 후추 약간을 넣고 풀어준 뒤 베이컨, 그린 어니언을 송송 썰고 모짜렐라치즈를 한 줌 넣어 뒤적거린다. 빵빵 뚫어 준 구멍에 한 스푼, 한 스푼 정성스레 넣어 안을 채웠다. 속재료가 익고 치즈가 녹아내릴 만큼의 시간동안 오븐에 넣고 구웠다.

맛없는 공갈빵은 속을 비워내고 속을 채우니 새롭게 태어났다. 저치들도 싹 걷어내고 국민의 열망에 걸맞는 인물로 새롭게 채운다면 대한민국이 새로 설 것이다. 새벽 네 시, 한국 시각 열한 시


공교롭게 남편은 출장을 위해 열한 시 반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직전, 기내에서는 일시에 함성이 들렸다고 한다. 국적기가 아니었기에 외국인들이 다수 있었고 승무원들도 외국인이어서 대부분은 어리둥절 당황한 모습이었지만 남편을 비롯한 한국 승객들은 한 마음으로 되뇌었을 것이다.


탄핵이다...다시 일어서는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딸기! 봄을 기다리며, 추억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