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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Mar 21. 2017

봄? 앙큼하기도 하여라

추워도 봄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문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 봄은 고양이로다 고월 이장희




아침등굣길

깊숙히 파고드는 찬 기운에 절로 몸이 움츠러든다. 아직 춥구나, 기온을 확인하니 영하5도


운전을 하는 동안에는 차창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덕에 나의 왼편은 거짓말처럼 따갑다.차문을 열고 나서면 따스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찬 기운에 구석구석 서늘해 진다.



앙큼하게도 봄인듯 봄이 아닌 핀란드의 봄이 올듯말듯 다가오고 있다. 길고 긴 핀란드의 겨울, 춥고 어두운 긴 겨울의 터널을 지나고 나서야 봄의 싱그러움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봄은 고양이였구나


냉이된장국에 달래무침으로 봄을 맞이하면 좋으련만, 냉이도 달래도 구경할 수 없는 이곳에서 혼자만의 봄맞이 식탁을 꾸려내 본다.



올리브오일과 후추로만 간을 한 샐러드에 닭가슴살을 구워 올렸다. 테이블에 올려놓고 보니 상큼하기 이를 데 없더니만 다 먹고 나니 냉이된장국이 더욱 그립다. 달래를 송송 썰어 만든 간장양념에 따끈한 밥만 있어도 맛난 한 끼가 될터인데


핀란드의 봄이 내게는 여전히 춥고 봄햇살이 쏟아져도 고양이털처럼 부드럽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봄은 봄이로되 봄이 아닌 앙큼한 봄


나는 0' 에 땀흘리기는 커녕 어깨를 움츠린다. 그렇게 핀란드의 봄은 여전히 내게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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