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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pr 10. 2017

Easter Sunday, 말랑말랑 푸딩을 만들자

북유럽의 부활절 마녀놀이

부활절이 다가오는 일요일, Easter Sunday에는 꼬마마녀들이 깃털로 장식한 버드나무가지를 들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행운을 빌어 준다.


핀란드의 부활절 전통은 종교적인 부분과 길고 긴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염원이 한데 어우러져 생긴 전통이라고 한다. 러시아 Orthodox ritual의 Palm Sunday와 스웨덴, 서핀란드의 악귀를 쫓는 Easter Saturday가 혼합되어 하나의 전통이 되었다.



아이들은 봄의 생명을 상징하는 버들개지(pussy willow)를 색색의 깃털로 장식하며 Easter Sunday를 기다린다. 지난주 내내 산책하는 이웃들이 버드나무가지를 한아름씩 안고 길을 걸었던 것은 아이들의부활절 마녀놀이를 위한 것이었다.

작년에는 Aida네 집에서 만들었고 올해는 Katie네 집에서 만들었다.

꼬마아가씨들이 마녀복장을 하고 길을 나서는 것이 전통이었지만 요즘에는 소년들도 코스튬을 하고 함께 나선다. 이웃의 문을 두드리고 문이 열리면 버드나무가지를 마법의 지팡이삼아 행운의 주문을 외워준다. '사탕내놔~ 안그러면 장난칠꺼야!' 라고 겁을 주는 미국의 할로윈보다( 할로윈은 아일랜드가 원조라지만...) 한결 인간적이고 따스하다.



I wave a twig for a fresh and healthy yeara twig for you, a treat for me



행운의 마법을 선물받은 이웃은 아이들에게 간단한 선물이나 초콜렛 등 달콤한 먹거리를 선물한다. 달걀모양 초콜렛이 단연 인기인데 이맘때 달걀모양 초콜렛이 마트에 넘쳐나는 것은 이때문이다.특히 핀란드의 대표 초콜렛 회사 Fazer의 달걀초콜렛은 속이 꽉찬 초콜렛으로 하얀 달걀 껍질을 벗기면 묵직한 초콜렛이 달걀 속살마냥 모습을 드러낸다. 삶은 달걀 까서 먹듯 초콜렛을 까서 베어물면 정말이지 행복이 모두 내게로 오는 듯하다.



선물을 받은 마녀들은 주문을 외우며 휘둘렀던 버드나무가지를 선물로 주고 간다. 아이들이 주고간 버드나무가지를 모아 화병에 꼽기도 하고 각자가 만든 버드나무가지로 집안을 장식하기도 한다. 핀란드 친구들 중에는 해마다 받은 버드나무가지를 버리지 않고 다 모으는 경우도 있다. 나는 고작 작년에 받은 것도 다 버렸는데...


마을 골목골목마다 아이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하고 주문을 외우는 소리로 왁자왁자하다. 한적한 마을이 모처럼 활기차다. 아이들이 마을을 돌며 행운을 나누어 주는 동안 집에서는 양고기를 준비한다. 이곳사람들은 Easter Sunday 디너로 구운 양고기를 먹는다고 한다.


Easter 디저트로는 Mämmi와 Pasha가 있다. Mämmi는 호밀을 이용해 만든 부활절 전통 디저트인데 묽은푸딩과 비슷하다. 모양도 별로 예쁘지 않은데다가 내 입맛에는 잘 안맞는다.


Mämmi

Pasha는 치즈와 크림, 달걀 등을 이용해 만든 푸딩의 일종인데 동핀란드에서는 종교적인 모티프로 장식을 하기도 한다.


남의 명절이기는 하나 마녀들이 찾아와 행운의 주문도 외워 주고 그 보답으로 나 역시 초콜렛을 선물로 주었으니 이들의 문화에 조금은 발을 담근 기분이다. 이왕 발을 담근 김에 푸딩이라도 만들어 먹을 셈으로 커다란 볼을 꺼냈다. 젤라틴을 물에 불렸다보글보글 끓인 우유에 넣어 섞고 바닐라가루를 솔솔 뿌려 저어준다. 틀에 넣고 한김 식기를 기다렸다가 뚜겅을 닫아 냉장고에 넣어두니 두어시간뒤에 말랑말랑 푸딩이 완성되었다. 북유럽의 부활절전통덕분에 오늘 간식은 푸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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