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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pr 14. 2017

나는 희망

핀란드 친구의 한글 편지

책가방을 멘 아이들 서넛이 딸아이와 함께 함박웃음을 지으며 달려 온다. 또 한 무리의 아이들은 Katie와 함께 Gemma의 차를 향해 달린다. 작은 아이의 생일잔치를 위해 차에 태워 집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 집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외진 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좋게 말하면 경치좋은 전원마을이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시내에 드나들기 불편한 마을이다. 바로 오는 버스가 없어 차로 이동해야 하는데 딸아이의 친구들중에는 집에 차가 없는 아이도 있고 부모님모두 직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 까닭에 생일잔치를 위해 우리집까지 차로 데려다 주기 어려운 아이도 있다. 고민끝에 Gemma에게 부탁하여 Gemma의 차와 나의 차에 아이들을 나눠 태우기로 했다. 친절하고 상냥한 Gemma는 나보다 먼저 도착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둘로 나뉜 아이들은 학교건물을 벗어나 차로 달려드는 순간부터가 생일파티인 것 마냥 하나같이 신이 나 있다. 뒷자리에 앉은 아이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 보니 Lissa가 자랑스러운 얼굴로 딸아이에게 이야기를 한다.


나, 한글로 카드썼어!
엄마랑 구글번역기로 한글편지 썼다구!!!



다른 친구들의 환한 웃음과 이를 다합친 것보다 환한 딸아이의 미소가 차안을 가득 메우고 차창밖으로까지 넘쳐난다. 오래전, 친하게 지내던 Ginger가 먼저 미국땅을 떠나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그녀의 모국어인 중국어로 메세지를 적어 엽서를 보낸 적이 있다. 간단한 안부인사와 근황정도의 내용이었지만 오랫만에 적어 보는지라 혹여 획하나 빠뜨렸을까, 부수를 착각하지는 않았을까 사전을 확인해 가며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적었던 기억이 나서 연필로 꾹꾹 눌러쓴 Lissa의 한글 카드가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생일 축하해

내 선물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

나를 초대해 주어서 고마워


라고 말하고 싶었을 Lissa는 ㅅ이나 ㅊ 을 어찌 써야할지 몰라 모양을 확인해 가며 그리듯 적으면서도 자신의 카드를 보고 기뻐할 친구를 생각하며 행복했을 것이다.


또박또박 예쁘게도 참 잘썼네...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Lissa를 꼭 안아주었다. Lissa가 환하게 웃는다. 자신의 배려와 작은 노력으로상대방을 행복하게 해 주었다는 생각에 뿌듯해하는 아이의 미소는 마치 '나는 희망' 이라 말하듯 찬란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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