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뒷산만 해도 단숨에 정상까지 가려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헉헉 숨이 차오르는 제법 기세있는 한국의 산에 비해 핀란드남부의 산들은 들판을 거닐듯 공원을 거닐듯 보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다만 들판이나 공원과 달리 느껴지는 것은 숲때문이다.
가늘고 곧게 뻗은 나무기둥 사이로 좁다란 길이 뻗어 있고 그 틈새로 올려다 보면 푸르디 푸른 하늘이 펼쳐지는 핀란드의 화창한 어느 하루
이제사 새로 돋아 초록빛을 머금은 숲길을 따라 가면 투명하리 만치 맑은 호수가 어김없이 나타난다.
산책하듯 슬슬 걸어도,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고 지나도 좋은 이곳의 숲을 즐기는 또다른 방법은 말을 빌려타고 산책하는 것이다. 너른 땅이 드물고 어딜 보아도 높은 건물과 도로로 가득한 서울 한 복판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이곳에서는 일상의 한 조각이 된다.
안장을 얹기 전 정성스레 솔로 빗질을 해주며 말들의 컨디션을 살핀다. 말들이 준비되면 안장을 얹고 올라타 말고삐를 쥐고 숲으로 향하는 산책을 시작한다.
새로 돋은 신선한 풀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말들은 자꾸만 멈춰 서서 먹기에 바쁘다. 사람도 많이 먹고 바로 걷거나 뛰면 속이 불편하듯 말들도 산책을 나서기 잔 과식은 금물이다.
자자, 그만 먹고 숲으로 가자꾸나!!!!
날이 좋아서, 바람이 좋아서
더욱 좋았던 숲길, 그리고 어느 행복한 하루
대문의 사진은 제가 탔던 핀란드 전통말입니다.
핀란드의 말은 추운 지역에서 살아야 하는지라 털이 좀더 풍성하고 길어요. 눈길도 자주 걸어야 하기 때문일까요.다른 말들에 비해 보다 다리가 육중하고 짧은 편입니다. 빠르기 보다 강하고 우직해 보이는 것이 마치 핀란드사람들과도 닮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