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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스 Apr 09. 2016

이런게 왜 집에 있니?

남편의 구매물품들

큰 아이인지 작은 아이인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산휴로 집에 있을 때였다. 주문한 것이 없는데 택배가 온다. 수신자는 내이름


뭔지 궁금하기도 하여 박스를 풀러 보니 이 물건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의 사연이 짐작된다.


' 여보! 이거 왜 보낸거야?'

' 아! 그거! 집에서 왔다갔다할 때 차고 있으면 근육이 생기는 데에 좀 도움이 될거야... 당신은 근육을 좀 만들어야 해.'


그렇게 나는 당시에는 젊었던, 젊은 남편의 애정브랜드 나이키의 손목, 발목 모래주머니를 획득하게 된다. 조심스레 착용해 본다. 어이가 없다.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보내보았다. 깁스했냐고 놀라 묻는다. 우리 신랑이 선물해준 모래주머니!라고 답하자 마찬가지로 어이없어 하던 그녀


이렇게 나를 어이없게 하는 택배가 가끔 집으로 배달된다.


'휴우....'

심호흡을 한다. 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어금니에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몇백개인지 모르겠다. 하이테크C라는 펜이 알록달록 몇묶음인지 파악도 안될만큼 작은 택배상자에 가득하다.


' 이거 뭐냠?!?!?'

' 공부할라고 펜샀어!'

' 그런데 왜이렇게 많아?'

' 색깔별로 굵기별로 다써보고 싶었어'

' 그럼 하나씩 사면 되지 왜이리 많아!'

' 쓰다보면 한두개씩 자꾸 없어지기도 하고, 당신도 쓰고 싶어할 거 같고... 그래서 담다 보니....'

구매 후 수년이 지나도 화수분마냥 줄지 않고 계속 나타나는 신비의 펜

아..... 기막히다.


또 어느날은 배드민턴채가 네개나 배달되었다. 집에 이미 두개있는데...

' 이건 또 왜 네개나 왔는가?'

' 아!!! 이번에 완전 굿 프라이스로 떴더라고! 당신이랑 배드민턴치려고! 이거 선수들이 쓰는 그 채야!'

' 난 그런 선수용채 필요없거든, 그리고 왜 네개야!'

' 애들도 같이 치려고!'


당시 아이들은 배드민턴채를 들고 서면 질질 땅에 끌 정도로 작은 키였다.

' 얼만데...!'

' 원래는 얼만데~ 할인해서 얼마얼마'

' 미쳤어!?!?! 그 비싼걸 애들이 친답시고 질질 끌어서 다 긁히고 망가질 게 뻔한대!!!! 반납해!!!!!!'


반납을 안하고 버티더니 얼마 뒤 묵직한 택배가 왔다.


' 이건 뭐냐??? '

' 배드민턴 네트 '

' 그걸 왜 산건데?????'

' 네트가 있어야 제대로 치지 '

' 금메달따시겠네~'


배드민턴 네트는 딱 한 번 설치해 보고 곱게 쌓여 있다. 부들부들


결혼 후 각자 챙겨온 품목들을 정리하는데 진짜 무거운 직육면체의 물체가 있었다. UPS, 일명 무정전전원장치


' 이런게 왜 집에 있었어?'

' 컴퓨터 하다가 전원이 나간 적이 있는데, 그때 정말 열받아서 샀지~'


그땐 몰랐다. 앞으로 내게 펼쳐진 앞날을...우리 집엔 서버도 있고 컴퓨터 관련 물품이 수만가지인 듯 하다. 이건 그냥 포기했다.


나는 오늘 주말을 맞이하여 바리깡과 미용가위 등을 구매한 남편의 의지에 이끌려 남편의 머리를 이발해 주었다. 물론 배운 적은 없다. 그냥 감으로 듬성듬성 붙잡고 가위질도 하고 바리깡으로 밀기도 한다. 그럴싸한지 머리가 길었다 싶으면 욕실에서 나를 부른다. 그냥 이발소가라...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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