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올지어다
1926년 개벽에는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라는 시가 실린다. 비록 나라를 빼앗겼을 망정 얼어붙은 국토가 봄이 되면 깨어나듯 우리네 민족도 일어설 것이라는 작가의 의식이 투영되어 있다고 문학시간에 배웠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독립의 의지를 불태워 세계정세의 흐름과 맞물려 독립을 했다. 봄이 왔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
꽃놀이는 커녕 길가에 꽃마저도 찾아보기 힘들지만, 바람끝이 매서워 경량패딩이기는 해도 다운점퍼를 입고 외출하지만 4월의 끝자락, 5월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나는 봄이 오겠거니... 생각했다.
가족이 함께 쇼핑을 나섰다가 해먹에 반해 넋을 잃은 큰 아이에게 2년치 생일선물과 맞바꿔 해먹을 사주었다. 곧 따뜻해지면 유용하게 써먹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약 한달전의 일이다.
섭씨 0도근처에서 변하지 않은 아침기온에 고개를 갸웃갸웃, 바람은 찼지만 햇살은 밝았던 어제 일요일 오후 드디어 해먹을 설치했다. 바람은 차디찼지만 해먹에 누워 책읽을 생각에 들뜬 딸아이는 겉옷을 입고 아가때 만들어 준 담요를 챙겨들고 나간다.
거실에 앉아서 내다 보니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이 얼고 코끝이 빨개졌는데도 들어올 줄을 모른다. 감기에 걸리지는 않을까 불러들인다.
아이들과 영화를 보다 잠이 들었는데 남편이 깨운다.
' 여보, 여보, 눈이 엄청온다? 펑펑 내려 '
그저께도 눈이 좀 내렸다. 졸리다. 그냥 못들은 체 잠을 청한다. 잠시 후 남편은 동영상으로 눈내리는 모습을 찍어와서는 들이민다.
' 응.. 눈온다... 나 잔다 '
새벽에 일어나 창밖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세상이 하얗다. 정말 겨울처럼 눈이 내렸다.
우리 마을에 사는 페북친구들의 오늘 아침 포스팅은 눈소식이다.
이거 노말이냐? 그들에게 물었더니 Sadly yes란다. 5월의 첫째날 눈이 오면 다들 nice picnic을 하려 한다는 Susanna의 전언
5월의 첫째날 눈이 오면 소풍가자고 약속했다.
제발 소풍 안갔으면...